# 지상으로부터 445m 떨어진 곳. 도쿄를 발 아래에 두고 하늘 위 산책을 즐긴다. 파란 하늘 너머로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파탑인 도쿄스카이트리 전망대의 모습이다. 도쿄스카이트리는 지난해 8월 리우올림픽 폐회식 때도 등장했다. 다음 개최지인 도쿄를 소개하는 영상 속에 후지산과 함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리오로 변신한 아베 총리가 섰던 무대 배경으로도 활약했다. 도쿄스카이트리(634m)가 일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지구촌에 각인된 것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지역경제에 훈풍이 불게 만드는 초고층빌딩 경쟁이 아시아에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각국에서 도시와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발표한 '세계 초고층빌딩 현황 2016'에 따르면 전세계 100대 고층빌딩 가운데 아시아권 국가의 비중이 작년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 54개를 기록했다. 1980년대 100대 초고충 빌딩 중 80여개를 차지했던 북미 지역은 점차 순위에서 밀려나며 지난해에는 중동(24개)보다 뒤쳐진 16개를 기록했다.
아시아 초고층빌딩 경쟁의 선두주자는 단연 중국이다. 이미 준공한 상하이타워(632m), 핑안금융센터(599m)에 이어 우한 그린랜드 타워(639m)와 선양 세계금융센터 타워1(568m)가 2018년 세워지면 상위 10위 안에 4개가 중국 빌딩이 된다. 일본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서 새로운 마천루 역사를 쓰는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도시들이 마천루 유치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랜드마크가 그 도시의 경제와 소비 수준을 높여주는 지렛대이자, 도시라는 브랜드의 동의어가 되기 때문이다. 조지 타나시예비치 마리나베이샌즈 CEO는 "랜드마크는 그 주변 환경이나 시설과 함께 통합돼 한 도시나 나라의 국제적 위상, 관광 지형을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랜드마크가 그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규정하고 한발 더 나아가 그 국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가 치열한 랜드마크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층수 제한'이라는 낡은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서울시 테헤란로 대로변에는 높이(160m) 기준으로 인해 성냥갑 같은 빌딩들이 도열하듯 늘어서 있다.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도 '높이 35층' 서울시 방침에 묶여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는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
[도쿄 = 손일선 기자 / 타이페이·싱가포르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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