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남유럽행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 인구절벽과 재정절벽, 여기에 신뢰절벽까지 겹쳤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국가절벽으로 간다."(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헬조선'의 자조를 낳은 청년실업, 확대되는 빈부격차, 불황의 만성화, 기득권에 대한 반감과 저항, 계층간·정파간 무한갈등...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의 단면들이다. 매일경제신문은 환란이후 20년만에 제2 한국보고서(가칭)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 위기의 원인과 탈출구를 물어보았다. 프로젝트 운영위원이기도 한 이들 전문가의 위기 진단은 하나의 교집합을 형성했다. '멈춰버린 성장'.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경제가 '한국병'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연평균 7~8% 성장이 이뤄졌던 1990년대엔 대학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됐고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가장 낮았으며 재벌과 노동자가 같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성장율이 2%대로 떨어진 지금은 그때와 모든 것이 반대다. 소득불평등은 OECD 국가중에서도 심한 축에 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위화감은 폭발 지경이다.
문제의 원인이 분명하다면 처방 또한 복잡할 이유가 없다. 식은 성장 엔진에 다시 기어를 넣는 일이 절실하다. 한번 성장세가 꺾인 나라, 더구나 인구구조상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이 다시 성장할수 있을까. 한민구 서울대 공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산업구조를 재편한다면 재도약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변대규 휴맥스 회장은 "4차산업 로드맵의 한축은 기존 중후장대 산업에 4차산업 DNA를 접목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나머지 한축은 혁신적 창업으로 기존에 없던 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전제는 있다. 한국 사회의 일천한 신뢰 자본, 갈등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구성원 각자의 창의와 참여를 기본동력으로 삼아야 할 4차산업 혁명에 불을 지피기가 불가능하다. 임현진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 문턱을 못넘는 이유는 시민사회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소통과 신뢰의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데서 찾아진다"며 "불신과 불통에서
[노원명 논설위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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