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짜리 설 선물세트 여전히 잘 팔려…소비 냉각은 서민에게만
↑ 사진=연합뉴스 |
경기 불황과 정국 혼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설 선물 시장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지만,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선물세트의 경우 내놓기가 무서울 정도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소수 고소득층·자산가 등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넉넉하다는 뜻으로, 불황 속에 더 두드러진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입니다.
25일 유통업계에서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을 앞두고 한우·굴비·청과·와인 등에 걸쳐 '프레스티지 엘(L) 선물세트를 선보였습니다.
'프레스티지 엘'은 최고급 상품만 엄선한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선물을 말합니다.
1++ 등급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등급이 9에 이르는 한우 부위만 모은 '엘 넘버 나인(L-No.9)' 세트의 경우 138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 이미 준비된 100개가 동났습니다.
180만 원짜리 'KY 트라피체 마노스 와인세트' 30세트도 일찌감치 매진됐고, 무려 한 세트 가격이 360만 원에 이르는 '영광 법성포 수라 굴비'조차 한정 수량 30세트 가운데 이미 20세트가 팔린 상태입니다.
올해 설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프레스티지 엘' 매출은 지난해 설 당시보다 6% 넘게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롯데백화점 전체 설 선물 매출(사전예약)이 2015년 같은 기간(설 전 일수 기준)보다 1.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실적입니다.
작년 12월 2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이 무려 9%나 줄어든 현대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선물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역시 '1++등급, 마블링 9등급' 한우 여러 부위로 구성된 90만 원짜리 '현대프리미엄 한우 No.9'은 지금까지 모두 1천500세트나 팔려나갔습니다.
지난해의 두 배로 세트 양을 늘린 사실을 고면, 매우 높은 소진율이라는 게 현대의 설명입니다.
신세계에서도 이미 수 백만 원짜리 한정판 프리미엄 설 선물세트들은 품절된 지 오래입니다.
아직 설이 4일 정도 남았지만, 200만 원짜리 '프리미엄 참굴비'(30세트 한정), 120만 원짜리 '명품 목장한우 특호'(120세트 한정), 115만 원짜리 고가 와인 '베가시실리아 우니코 리제르바 에스페샬'(5병 한정) 등은 이미 매진됐습니다.
호텔 프리미엄 설 선물세트가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JW 메리어트 호텔이 내놓은 '프리미엄 와규 스테이크 세트'(68만 원·와규 등심 안심 2.4㎏), '명품 한우 스테이크 세트'(89만 원 안심 채끝 2.4㎏) 등은 23일 매진됐습니다.
더 플라자호텔에서도 '특진상 냉장 한우 꽃등심'(127만 원 4㎏), '특진상 냉장 한우 갈비세트'(97만 원 4㎏) 등도 97% 팔려 거의 품절 직전이고, '와인 셀렉션 세트'(350만원) 한정판 한 세트도 나오자마자 팔려나갔습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수 백만 원짜리 프리미엄 상품은 주로 고소득층 VIP(최우수고객)들이 구매한다"며 "어중간하게 비싼 10만 원대가 아닌 수 백만 원짜리 한우·굴비 세트가 동난다는 것은 경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슈퍼 소비계층'이 건재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최근 설을 앞두고 대형마트에서는 올해 설 선물로 1만~3만 원짜리 양말세트 매출만 작년의
그만큼 서민들 사이에서는 불황과 청탁금지법 등 때문에 선물 평균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산출한 소비양극화지수는 167로,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상류층과 하류층의 소비 격차가 크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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