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을 웃도는 분기 영업이익으로 역대 3번째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단기적으로 삼성 특유의 관리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실적을 이끌어낼 순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과연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위기경영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24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해 부문별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중장기 사업추진 전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IT업계 패러다임 전환으로 다양한 신규 사업기회를 맞고 있지만 대내외 정세 변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인수합병(M&A)·시설투자 결정과 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등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있어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실적발표 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곧바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꺼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최근 특검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것이 사업과 관련성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 차원에서 비즈니스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장기적 차원에서 봤을 때 글로벌 정세 변화나 사업구조 재편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활동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제한을 받는다면 우려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 이어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특검조사를 받으면서 총수 공백에 따른 삼성전자 경영차질이 중장기적 전략 수립에 꽤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없다고 삼성이 당장 망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손발이 묶이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중장기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보이지 않는 기회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삼성 외부에서는 당장 느끼지 못하겠지만 몇년이 지나면 그때야 손실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물론 이부분도 삼성 내부에서만 알수 있는 손실이겠지만 미래먹거리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시장 주도권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삼성도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최근 산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로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전장사업(자동차 전자장치) 부상과 같은 IT 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 사업은 신규 수요가 확대되고, TV나 냉장과 같은 세트 사업에선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군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들어 반도체의 경우,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고용량·고성능 메모리나 전장·AI용 칩셋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신규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일단 부품사업 중심으로 이익 위주의 성장전략을 가져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반도체의 경우 수요가 몰리고 있는 10나노급 제품과 64단 V낸드와 같은 제품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공급선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도 수익성 개선을 통해 전체적인 이익규모를 늘린다는게 삼성의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이익극대화를 위해 증산 속도 조절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분야 메모리 수요가 우려했던 스마트폰 업계의 급격한 둔화와 눈에 띄는 반도체 공급 확대 등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간 시황 역시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간 시황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서 이익을 최대한으로 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 반도체의 설비 증설에 나설 계획은 없다"며 "D램의 경우 17라인의 남은 공간에 대한 보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메모리 증산도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그는 "(낸드를 생산할 예정인) 평택공장은 현재 계획대로 2017년 중순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고, 전반적으로 수요와 경쟁사 공급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무선사업부는 제품 안전성 강화와 소비자 신뢰회복을 올해 1순위로 올려놨다. 스마트폰시장 자체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디자인이나 기능을 차별화하고 AI기능을 도입해 프리미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송성훈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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