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7일 설을 앞두고 농수산물 공급을 늘려 성수품 물가를 잡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한 정부의 '설 민생 안정대책'의 재탕 수준인데다 그마저도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만큼 오른 상황에서 나온 '사후 약방문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설 대비 민생 물가 점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는 26일까지 농수산물 공급과 할인 판매를 확대해서 설 명절 물가를 안정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정은 배추와 무 사과 등 성수품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비축물량 공급을 늘려 가격 하향을 유도할 방침이다. 가령 배추는 하루 260톤에서 500톤으로, 사과는 350톤에서 850톤으로 공급을 늘리는게 골자다. 이외에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역시 각각 일평균 800톤과 2979톤으로 20~30% 가량 공급량을 확대한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 대란과 관련해 농협 비축물량 600만개를 포함해 수천만개 계란을 설 기간에 집중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당정은 미국 등 5개국에서 하는 수입로도 다변화해 태국으로부터의 달걀 수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산물 역시 정부 비축 7200톤을 설 전까지 방출하고 시중가 대비 10~30% 할인해서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물가상승의 원인이 국제유가 상승과 기후요인(태풍 등)에 의한 구조적 요인에 있는만큼 '일시적 물량공급'만으로 단기간에 물가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생활물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설 수요증가라고 볼 수 없는데 이에 대응하는 미시적 조치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당정이 밝힌 방침은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설 민생대책'가 거의 유사하다. 당시 정부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 간을 특별공급기간으로 정하고 배추와 무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그리고 축산물 수산물 역시 최소 20~30% 가량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는 이미 계란 가공품에 할당관세(일부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내려주는 것)를 적용하며 수입을 독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정의 대응이 '뒷북 대응'이라는 점도 문제다.
가령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정부가 예고한 설 물가 대책이 나오기 직전 계란값을 각각 8.6% 9.6% 올린 바 있다. 이로 인해 계란 한판당 가격이 현재 8000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배추와 무는 정부 대책이 나오고도 여전히 1년 전에 비해 약 2배 가량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6일 기준 배추와 무는 개당 가격이 4108원과 2687원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와 맥주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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