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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상담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김호영 기자] |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 대비 3만 6000명 증가한 101만 2000명이었다. 실업자 조사 방식이 바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앞서 통계작성 방식이 바뀌기 전인 IMF외환위기 당시 1998년(149만명)과 1999년(137만 4000명)에 100만명을 넘긴 바 있다.
청년층(15~29세) 실업자가 전년 대비 3만 7000명 늘었고, 30대에서도 실업자가 3000명 증가했다. 반면 40대와 50대에서는 각각 1만 3000명, 2000명 줄었다.
청년실업률도 급증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1년 전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1%까지 치솟았던 청년실업률은 2012년까지 7%대를 유지했으나 이듬해 다시 8.0%로 올랐다. 이후 2014년(9.0%)과 2015년(9.2%) 2년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더니 지난해에는 더 악화된 수치로 우울한 기록을 재차 깨뜨렸다. 전체 실업률도 0.1%포인트 상승한 3.7%로 2014년부터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몇 년 전 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이 1% 성장하면 8만명 정도 일자리가 생겼는데, 지난해는 1% 성장 시 6만명밖에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며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성장에 따른 고용 효과도 떨어지면서 실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는 29만 9000명으로 정부 목표치인 30만명을 밑돌았다. 이는 2009년(-7만 2000명) 이래 최저치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는 5000명 줄어든 448만 1000명이었다. 2015년까지의 증가세가 중단되고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월별로는 지난 12월에만 11만 5000명이 빠지는 등 작년 7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줄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 고용은 전형적으로 조금 시차를 두고 경기의 영향을 받는 경기후행 변수"라며 "지난 몇 년간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허덕였는데, 최근 들어 벼랑 끝에 몰리니깐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작년 도소매업 취업자는 5만4000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취업자는 1만8000명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8만 2000명 늘었다.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수도 9만 8000명 증가했는데, 자영업자가 늘고 일용직 등 단기 고용이 증가한 게 원인이었다.
자영업 종사자는 2015년 대비 7000명 늘어 최근 5년 간 감소세에서 반전됐다. 2015년 6월 이후 매달 감소하던 자영업자는 지난해 8월 7만 9000명 늘며 증가로 전환했고, 이후 계속해서 증가폭을 키우며 12월에는 15만 5000명이 늘어 고공행진 중이다. 실직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자영업으로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자영업자들의 소비동향지수(CSI)는 94로 9월(102)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 CSI도 89로 11월보다 4포인트 내려갔다. 수입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없고, 지갑도 열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 고용 사정이 작년보다 더 나빠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7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 한 해 취업자 증가폭을 26만명으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4만명 정도 축소된 수준이다. 전체 실업률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높은 3.9%로 예상하며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폭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꺼리고 있고, 조선·해운·철강 등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 제조업 고용 한파는 더 차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만 6000명에서 6만 3000명가량 고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제조업에서 고용 부진이 심화되면서 고용 창출력이 다소 둔화됐다"며 "17조원의 일자리 예산 중 30% 이상을 1분기에 조기 집행하고 산업별 맞춤형 고용지원 등 올해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도 "올해 고용 위축이 심히 우려된다"이라며 "정부가 올해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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