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 4분기 성적으로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오른데다 중국 정부가 석탄 산업규제에 나서 화학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 정유업계, 재고평가이익·정제마진 '쌍끌이'
1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7482억원이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4038억원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직전분기와 비교해 각각 80.4%와 248% 증가한 수치다.
증권업계는 정유업체들의 호실적을 전망하는 이유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발생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운영비용을 뺀 값) 확대 등을 꼽았다.
특히 재고평가이익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국제유가가 직전분기보다 배럴당 9달러 올라 SK이노베이션의 재고평가이익은 2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머무르던 지난해 3분기에 사둔 원유 가치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은 막대한 재고평가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30일 OPEC는 일일 원유생산량을 120만배럴로 줄이기로 합의한 뒤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비OPEC 산유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는 50달러 선을 넘어섰다.
정제마진 회복도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3분기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 선 붕괴가 우려됐던 정제마진은 난방유 수요가 늘어난 4분기에 7.7달러까지 확대됐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어 정유사들이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9달러로 2015년 9.3달러보다 낮다"며 "지난해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의 영향이지만 올해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낮아진 정제마진으로 인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중국 정부의 석탄 규제로 내년에도 화학 시황↑
화학업계도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석탄 생산 규제에 나서면서 주요 제품 가격이 상승해서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5937억원이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도 각각 4389억원(+68.7%)과 1973억원(+134.3%)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제품 가격이 주요 강세를 보이면서 호실적을 이어온 화학업계는 4분기 석탄 가격 급등의 반사이익까지 누렸다. 중국 정부가 연간 석탄 채굴 조업일수를 기존 330일에서 276일로 줄이면서 석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중국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국내 화학업체들은 석유에서 나온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기 때문에 석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석탄 값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석탄 채굴 조업일수를 다시 연간 330일로 늘렸지만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석탄 규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지난해 4분기부터 부타디엔(BD),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비에틸렌 계열 화학제품의 가격이 강세로 전환되면서 증권사들은 화학업체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29.9% 증가한 3조231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덴세이트 스플리터(초경질유 분해설비) 가동으로 납사와 혼합자일렌의 자체 조달을 시작하고, 삼성그룹에서 인수한 롯데첨단소재의 연간 실적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신사업의 부진이 예상되는 한화케미칼과 LG화학도 화학부문 실적 호조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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