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가격이 평년보다 최대 2~3배 뛰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직격탄을 맞은 계란을 비롯해 무, 당근, 양배추, 배추 등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소고기, 갈치, 오징어 등 축산·수산물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6일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개당 3096원으로 평년 가격(최근 5년 간 평균 가격) 1303원보다 2.4배 높았다. 강릉 등 일부 지역에선 무 한 개가 4000원에 팔리고 있다.
양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5578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407원)보다 2.3배, 평년(2630원) 대비 2.1배 오른 가격이다. 당근은 1kg에 6026원으로 평년(2692원)보다 2.2배 비쌌고, 지역에 따라 최고가가 9400원에 달했다.
김장 시즌이 지났지만 배추값이 만만치 않다. 한 포기에 4354원으로 평년(2893원)보다 50.5% 뛰었다. 깐마늘, 대파 등은 평년 대비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콩나물, 오이, 시금치, 토마토 등 가격도 상승세다.
이처럼 농산물 값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과 가을에 찾아온 태풍 '차바' 영향으로 분석된다. 길어진 폭염에 과일과 밭 작물이 한 차례 초토화됐고, 태풍 탓에 비가 많이 내리고 평균 기온이 떨어지면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한 무와 당근 등 작황이 악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주산 무와 당근이 태풍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며 "온실과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재배 물량이 풀리는 봄까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물 중에는 AI 사태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계란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특란 한판(30알) 평균 소매가가 8960원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 높았고, 지역별 최고가는 1만6원을 기록해 '1만원 선'을 돌파했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확 오른 소고기 가격도 부담스럽다. 한우 갈비는 1등급 100g당 5168원으로 평년(4310원)보다 19.9%, 한우 등심은 1등급 100g당 7821원으로 평년(6362원) 대비 22.9% 각각 올랐다. 한우 대체재인 미국·호주산 소고기 가격도 6~13% 덩달아 상승했다.
해수 온도 상승과 중국 어선 불법 조업에 따른 어획량 감소는 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높아진 해수 온도로 개체 수가 줄어든 오징어값이 껑충 뛰었다. 물오징어 1마리는 2974원으로 평년 대비 14.5%, 건오징어 10마리는 2만8534원으로 평년 대비 20.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갈치 1마리는 9759원, 굴 1㎏은 1만8474원으로 각각 21.2%, 12.4% 올랐다. aT 관계자는 "어획량이 감소해 수산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수 온도 변화, 중국 어선 불법 조업, 과도한 치어(어린 물고기) 포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설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마당에 김영란법 영향으로 고가 선물세트 매상이 더욱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시장에서 축산물을 취급하는 강 모씨는 "한우 등심 1+등급 한 근이 5만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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