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기형 씨(36)는 매주 패션 전문 매거진을 챙겨보면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의 체형과 취향에 어울리는 옷을 직접 구매해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낼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
직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30·40대 남성들의 패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가 사회 생활을 좌우하는데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의류 구입에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이들은 남성의 금기영역으로 여겨졌던 반지와 팔찌 등 주얼리 구입에도 적극적이다.
8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25일까지 30·40 남성의 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8%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30·40 남성의 패션 구입비도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으며, 해외시계보석 상품군 매출은 22.2% 늘어났다. 이 기간에 현대백화점의 30·40대 남성 고객의 패션 매출도 11.5% 성장했다.
30·40대 남성 고객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다양한 브랜드와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남성전문관이 확대 운영되고 있다. LF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올 겨울 시즌부터 남성 비즈니스 웨어 라인 '미스터 헤지스'를 출시했다. 패드, 심지, 안감 등 부자재 중량을 낮춰 편안하고 가벼운게 특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첫 남성복 브랜드인 '맨온더분'을 론칭하면서 남성복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캐주얼부터 정장까지 다양한 스타일 의상과 소품, 액세서리 등을 함께 구비했다.
최근 론칭한 포틀랜드 라이프웨어 '나우'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북과 인터뷰 필름을 공개했다. 관습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소신과 취향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즉 '서스테이너스'들의 일상을 보여줘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스마트웨어 '카디프H다운재킷'으로 얼리어답터 남성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기술과 패션을 접목한 이 제품에는 스마트폰으로 재킷 온도를 높이는 '야크온H' 기술이 탐재돼 있다.
'살레와'는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는 달리 30~40대를 공략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을 꺼리는 남성들을 위해 화이트, 네이비, 그레이, 블랙 등 모노톤 제품을 출시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남성전문관 '현대 멘즈관'을 운영하고 있다. 무역센터점에 이은 두 번째 매장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성 패션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다.
패션의 완성에 돈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멋 부리는 남성)'의 급부상으로 남성 주얼리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남성 주얼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8% 성장했다. 귀걸이는 26%, 반지는 21% 구매가 증가했다.
남성들의 주얼리 구매가 증가하자 패션업체들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남성을 위한 실버 소재 목걸이, 반지, 이어링 등을 출시했는데 일부 제품이 이미 완판 됐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실버 반지로
'알렉선더 맥퀸'은 이번 시즌 남성용 팔찌, 목걸이, 브로치 등을 대거 선보였다. 양쪽 끝에 해골 장식이 달려 있는 황동 소재의 팔찌는 모두 판매됐고, 가죽 팔찌도 일부 제품만 남아있는 상태다.
[전지현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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