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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독립 중소업체 양극화지수(FW 지수) [출처 = IBK 기업연구소 (100보다 커질수록 양극화 악화)]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청업체로부터 원가 절감 압박이 커지자 1차 협력업체는 고스란히 그 부담을 W사에 전가했다. 이후 W사 매출은 갈수록 줄어 2008년 77억5000만원에서 2014년 30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이상 급감했다. 이 기간 은행 신용등급도 A-에서 B+로 나빠져 대출에 따른 부담도 이중으로 떠안게 됐다.
#2. 경기도 화성의 D업체는 전선 관련 원청 회사에 절연금속선을 납품하는 3차 벤더이다. 직원수는 몇 명 안되지만 연매출 27억6000만원으로 신용등급도 높은 알짜회사였다. 하지만 원청 업체의 경영 사정으로 납품 물량 줄어들자 6년후 매출은 14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원청 회사가 경영 악화로 직원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1,2차는 물론 3차 벤더까지 악영향이 미친다"며 "매출 감소보다 성실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불공정하도급으로 인한 대기업·중소기업간 생산·임금의 양극화 문제 못지 않게, 중소기업 내에서도 하청관계로 인한 양극화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원청) 하청을 받는 1차 협력업체(벤더)는 하도급 계약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으로 매출을 유지하는데 반해, 1차 벤더 하청을 받는 2차 벤더는 매출과 영업익이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차 벤더에서 1차 벤더로, 1차 벤더에서 다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성장 사다리'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커졌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 양극화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소기업 내에서 1~3차 협력업체간 양극화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협력업체가 아닌 독립회사 중에서도 법인회사 보다는 개인회사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하향평준화'가 급진전되는 상황이다.
IBK경제연구소는 IBK기업은행과 거래중인 중소 제조업체중 3만 4819개를 대상으로 FW(양극화) 지수를 조사했다. FW지수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평균에서 분산정도가 클수록 지수값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즉, 시간 흐름에 따라 매출액의 분산이 커지면 실적이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 양극화가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결과 협력 중소업체의 FW지수는 2008년 영업이익을 기준(100)으로 2014년 106.7까지 벌어졌다. 독립 중소업체의 경우 98.9로 오히려 지수가 감소했다.
조사를 주도한 서경란 중소기업팀장은 "협력 중소업체는 1차 벤더와 2·3차 벤더간 영업이익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독립 중소업체(특히 개인기업)는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영업이익 차이가 벌어져 FW지수가 커지는 경우는 실적이 좋은 상위그룹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실적이 나빠져 하위그룹이 많아진 두 경우가 있다.
국내 협력 중소업체의 경우 실적 상위그룹 비율이 갈수록 줄고 있다. 실적 상위그룹 비율은 2008년과 2014년을 비교해보면 1차와 3차 협력업체는 각각 41.9%에서 40.9%로, 10%에서 9%로 1%p 정도만 줄었다. 하지만 2차 협력업체는 21%에서 16.9%로 급감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문태성 과장은 "2차 협력업체는 1차와의 하도급관계에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 관계에서 비롯되는 납품단가 등의 문제가 중소기업 내 협력 단계별로도 발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소업체간 양극화 확대와 하향평준화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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