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그동안 휴대폰 단말기 전체 가격의 3~5% 가량을 퀄컴에 지적재산권 사용료로 지불해 왔다. 가령 삼성전자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한대를 팔면 그 중에서 약 3만~5만원 정도는 퀄컴에 다시 줘야 했다는 얘기다. 퀄컴은 휴대폰 사양에 '스냅드래곤'이라는 상표가 붙은 칩셋을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주파수를 받아서 휴대폰 칩셋에 연결해 주는 특허 또한 보유하고 있다. 퀄컴은 그동안 둘을 함께 팔면서 "휴대폰이라는 복합적 기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포괄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약 7만~10만 원 하는 칩셋 가격이 아니라 100만원 가까이 하는 휴대폰 가격에 비례해 특허료로 받아왔다.
28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앞으로는 이런 관행을 중지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퀄컴이 장기간 부당하게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는 것을 가능케한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 판단으로 인해 당장 삼성, LG전자 제조원가가 약 1조원 정도 연간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기준 약 4조~5조원에 달한다. 이 중 특허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약 1조 5000억원(약 12억7000만 달러)으로 추정된다. 칩셋 가격 대신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서 얻은 퀄컴 매출 총량인 셈이다. 따라서 공정위 논리대로 이 금액의 10%만 퀄컴이 받게 되면 삼성, LG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모두 합쳐 약 1조 원 이상 특허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국내 휴대폰 제조회사들의 원가구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이기에 공정위가 어떤 논리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이동통신 기술과 모뎀칩셋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불공정 계약을 맺어왔다. 이동통신 시장은 크게 보아 세 가지 시장으로 구성되는데, 2G 3G LTE 등 데이터 신호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라이선스 시장과 이를 처리하는 모뎀칩셋 시장, 그리고 이를 장착하는 휴대폰 시장이다.
퀄컴은 2G 3G LTE 등 라이선스 시장에서 표준필수특허(SEP)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인텔이나 미디어텍 등 다른 모뎀칩셋사에 제공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퀄컴은 표준특허를 공정하게 개방하라는 자율원칙(FRAND)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대로 특허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퀄컴이 모뎀칩셋 시장을 장악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LTE 모뎀칩셋 시장에서 2010년 34.2%였던 퀄컴 점유율은 2015년 69.4%까지 2배 가량 늘었고, 2008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한 칩셋회사가 NXP 등 9개회사에 이른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는 퀄컴 이동통신 기술을 장착한 인텔사 모뎀칩셋을 구입하고 싶어도 실행할 수 없었다. 공정위는 또 2009년 이후 영향력이 커진 퀄컴 때문에 휴대폰 제조회사와 퀄컴 사이에 불공정 계약이 이뤄져 왔다고 판단했다. 2G 3G LTE 등을 끼워팔거나(일명 라이선스 끼워팔기) 혹은 모뎀칩셋과 라이선스를 끼워팔며 과도한 특허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들은 앞으로 있을 퀄컴에 대한 전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판단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장용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시정명령 조치로 인해) 앞으로 경쟁업체들이 퀄컴의 특허를 가져다 쓸 수 있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위의 조치가 실제로 경제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중국 경쟁당국처럼 퀄컴 측에 높은 특허료를 직접 내리라고 명령하지 않고 '거래 계약 관계'를 시정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퀄컴 측이 인텔 등 경쟁 칩셋회사에게 특허를 제공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을 계속 높게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신현규 기자 / 윤진호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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