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주부들의 장보기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2030세대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부터다. 특히 ‘와인 코너’가 젊은이들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성비 ‘갑’”, “이건 꼭 마셔봐야 해” “이런 고품질을 마트에서?” 등 와인 초보자부터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모습이다.
본래 홈플러스는 와인으로 유명하긴 했다. 모회사였던 영국 테스코 덕분에 고품질의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공수해왔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 세계 와인 소비량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와인 사랑이 넘쳐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16년만에 테스코와 결별 후에도 그 명성이 유지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젊은 소비자들을 홈플러스로 끌어들이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만원대 와인시리즈를 선보인 ‘슈퍼스타4’ 등의 ‘히트’를 통해서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손아름(32·사진) 와인 파트장을 22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손 바이어의 첫 인상은 역시나 젊었다. “전국 142개 홈플러스 점포의 와인 코너를 책임지기에는 젊은 축에 속한 것 아니냐”란 기자 질문에 “맞아요. 그래서 눈치가 없죠”라는 대답이 곧장 돌아왔다. 회사나 조직 생활에 필요한 ‘눈치’ 얘기였다.
그는 “회사 눈치를 잘 보지 않으니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것 같다”며 “타성이나 관성에 젖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제가 와인을 들여올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최신 트렌드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 두살인 손 바이어는 지난 2010년 홈플러스에 입사한 이후 7년째 와인만 담당해오고 있다. 사수 선배들의 엄격한 훈련과 교육 덕분에 남들보다 ‘파트장’ 자리를 빠르게 꿰찼다. 올해 파트장으로서 처음 기획한 것이 와인 대중화를 목표로 한 ‘슈퍼스타4’ 시리즈다. 북미,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을 1만원대에 들여오는 프로젝트였다.
“지난해부터 1년간 기획을 했어요. 미국과 칠레, 호주, 프랑스 등 전 세계 유명 와이너리와 협업해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를 론칭하고 또 개발했죠. 작년 추석에는 3박5일 프랑스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것도 명절 연휴를 끼고 말이죠. 휴~”
와인 바이어 특성상 해외 출장을 종종하게 되는데 그의 젊음이 또 다른 강점으로 작용했다. 비행기에 내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와이너리를 샅샅이 뒤지다보면, 또 하루에 와인 테스팅만 40~50개를 하다보면 체력이 쉽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 바이어는 빡빡한 일정의 출장도 잘 소화해낸다.
“사전 탐색을 한 50% 정도 끝내고 출장길에 오르는 편이어서 효율적인 출장길이 되려고 노력하죠. 물론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막상 와인을 들여왔는데 안 팔리면 끝이니까요(웃음).”
4대륙을 섭렵한 후 그가 들여온 와인은 미국 나파 밸리의 고스트파인, 호주 야라 밸리의 피노누아와 맥라렌 베일의 쉬라즈, 칠레의 와인메이커스 랏(까베네 소비뇽, 샤도네이, 까르미네르, 시라),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로난 바이 클리네 등이다. 이들 와인의 가격은 모두 다 1만8900원이다.
현지에서 3만~4만원대의 프리미엄 와인이지만 홈플러스에서 대량 수입하고 장기 계약함으로써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는 “가격 네고 측면에서 한국의 대형마트는 세계 와인시장에서 큰 손에 속한다”며 “분명 과거 고급호텔이나 와인 전문숍에서 소규모로 와인이 팔리던 때와 달리 와인이 대중화되며 한국 대형마트를 통해 상당부분 팔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저비용·고효율’이란 가성비를 앞세운 슈퍼스타K 시리즈를 통해 들여온 와인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특히 슈퍼스타4의 포문을 연 고스트파인의 경우 미국에서도 고급 와인에 속하지만 1만원대에 살 수 있다보니 처음 준비했던 4만병이 출시 2주만에 동이 났다. 또 최근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1만~2만원대 실속형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가 날로 늘고 있는 추세다.
손 바이어는 “요즘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은 바이어들 못지 않은 정보력과 지식으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먼저 알아본다”며 “그래서 더 긴장하고, 항상 좋은 품질의 와인을 더 좋은 가격에 들여오는 것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와 캠핑 문화가 확산한 영향 또 혼술족 증가가 와인 소비층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손 바이어는 분석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 와인은 결코 고급스럽거나 너무 비싸선 안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개인적으로 와인은 너무 멋드러지거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그런 술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도 마실 수 있고, 혼자 집에서 영화볼 때도 마시고, 맥주 한 캔 따서 먹듯이요.”
그런 의미에서 손 바이어는 집에서 샐러드나 소면을 해먹을 때면 화이트 와인 반병은 꿀꺽 마신다. 와인을 마시며 와인 관련 영화도 종종 보는데, ‘와인 미라클’이나 ‘사이드웨이’ 등을 추천했다. 와인은 무조건 고급스럽고 범접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혼자 마실 때면 팩 와인이나 스크류캡으로 된 와인도 추천했다. “코르크가 얼마나 따기 어려워요. 전통과 격식을 따지는 곳에서나 코르크를 선호할 뿐, 스크류캡으로 된 와인도 그 품질에는 전혀 영향이 없어요. 오히려 혼자 조금 마시고 또 보관하기 편하려면 스크류캡이 훨씬 효율적이죠.”
시종일관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지는 손 바이어가 추천하는 연말 혹은 연초 모임을 위한 와인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질문을 하자마자 손 바이어 입에서는 “그게 바로 제 전공이죠”라며 속사포처럼 튀어나왔다.
“모임의 시작에서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도와주고 분위기를 내는 데에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인기에요. 병을 오픈할 때부터 특유의 청량한 소리로 주위를 집중 시키니까요. ‘파이니스트 프리미어 크뤼 샴페인’이나 ‘프라파토’도 자신 있게 추천하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고품질 칠레와인으로 전 세계에서 1초에 한병씩 팔려나가고 있는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를 강추했다. “풍성한 과일 풍미가 끝내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만한 것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카스텔로 델 포지오 모스카토 다스티나’와 ‘밴락 모스카토’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역시나 손 바이어가 추천한 와인의 가격은 대부분 1~2만원대였고 5만
그는 내년에도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슈퍼스타4 시리즈 2탄’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김밥이나 전골,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홈플러스에서 찾도록 하는게 목표라는 손 바이어여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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