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롯데 소공동 본사 앞 횡단보도에 청신호가 켜져있다. [김호영기자] |
지난해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검찰 수사, 사드 역풍 등 롯데그룹은 끊이지 않는 악재에 시달려왔다. 이 가운데 내년 그룹 50주년을 앞두고 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부활하면서 롯데그룹의 ‘뉴롯데’ 계획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롯데에 있어 월드타워면세점 특허권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롯데월드타워에 관광객을 위한 핵심 콘텐츠인 면세점이라는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졌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의 ‘열쇠’ 또한 면세점 특허권이었다. 호텔롯데 상장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지배구조 개선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특허 재획득을 계기로 세계 1위 면세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따졌을 때 면세점 업계에서 롯데 월드타워점의 부활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만 따진다면 월드타워점의 경쟁력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6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은 월드타워점은 상반기 매출은 3800억원이다. 이는 올해 1년간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 순위에서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업정지 한 달을 앞둔 시점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 1만5000명을 유치하면서 대규모 관광객을 직접 불러모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면세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시장에서 면세점 대전이 펼쳐지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심사기준의 한 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면세점 시장 성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중국 인민일보의 뉴스 사이트인 인민망이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조사 결과, 롯데면세점은 전체 한국 브랜드 중 선호도 1위에 올랐다. 또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롯데면세점이 보유한 팬 수는 유니클로, 애플, 아디다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앞선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논란도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은 사업 경쟁력적인 측면에서 롯데 월드타워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서울 시내에 새롭게 문을 연 신규면세점들이 대거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 월드타워점이 더 부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바로 오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문을 닫은 이후 6개월간 월드타워점 공간은 부활을 대비해 매장 인테러이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며 사실상 빈 채로 남겨져 있는 상황이다.었다. 롯데면세점 관게자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재오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를 위한 롯데면세점의 목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015년도 매출 기준 세계 면세사업자 순위에서 37억5000만유로의 실적을 올려 56억8300만유로의 스위스 듀프리(Dufry)와 37억7000만유로의 미국 디에프에스그룹(DFS)에 이어 2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2014년도 2위 DFS와 2억1500만유로의 차이를 보였으나 2015년도에는 이 간격을 2000만유로(한화 기준 250억여원)로 바짝 좁혔다. 이번에 다시 문을 열게 될 월드타워점의 매출이 포함되면 조만간 2위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번 롯데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획득을 계기로 ‘뉴 롯데’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신 회장은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월드타워점 부활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는 상황에서도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진행 상황을 꾸준히 보고받으며 일일이 진행상황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직후인 지난해 11월 월드타워점 특허를 뺏기자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99%가 나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월드타워점 부활에 총력을 쏟아부은 이유다.
월드타워점의 부활은 호텔롯데 상장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뉴롯데’의 전제조건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자, 일본계 주주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핵심 계열사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을 면세점이 차지하는 만큼 월드타워점 특허 재획득은 호텔롯데 상장에도 호재가 될
롯데 관계자는 “이번 롯데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권 재획득을 계기로 ‘뉴롯데’를 향한 본격적인 그룹 재건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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