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7)는 최근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보증금 2억원 중 1억원을 돌려줄테니 대신 월세를 60만원씩 내라는 통보였다. 대출금리로 따지면 7.2%의 이자를 부담하는 셈이다. A씨는 “은행 예금이자가 2%도 안되는 상황인데 너무 지나친 요구”라며 항변했지만 집주인은 “아쉬우면 나가라”는 식이었다.
월세로 전환되는 전세 세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중인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이 제도 시행상의 허점으로 인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주택의 미래가치, 건물 감가상각 속도, 세입자의 임대료 체불 가능성, 공실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산출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해두고 있다. 기존 상한선은 기준금리의 4배인 5%였으나 지난달 30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기준금리+3.5%포인트’, 즉 4.75%로 바뀌었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한다면 연간 475만원, 월 39만5830원을 넘으면 안되는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월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한선의 적용 범위가 ‘계약기간중’으로 한정된 때문이다. 신규계약이나 재계약은 해당사항이 없다. 계약기간 중 보증금을 조정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 결정은 사실상 집주인의 재량인 셈이다.
실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살펴봐도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 중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 5%를 지킨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세종(5.4%), 서울(5.7%)만 5%대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7%도 넘어섰다. 주택 유형별 전월세 전환율을 살펴보면 아파트는 4.8%로 양호했던 반면 연립다세대(6.8%)와 단독주택(8.3%)는 상한선을 크게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 비해 연립다세대나 단독주택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규모가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산규모가 적은 저소득층일수록 월세 부담이 더 커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서울시 역시 반전세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을 분기 단위로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 3분기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5.3%로 전분기(6.1%)에 비해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상한선을 웃돌았다. 서초구(4.59%), 송파구(4.75%)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의 전월세 전환율이 금천구(6.2%), 강북구(6.2%)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역보다 낮아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방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재계약이나 신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데다 별로 널리 알려져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를 아는 집주인에게도 횡포를 예방하기보다는 ‘이런 제도도 있다’는 신호를 주는 수준의 효과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강제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전월세 전환율이 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지만 주무 부처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법무부다. 법률적 관계 중심으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행정적 관여는 최소화하는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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