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유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쟁을 유도하려 하지만 업계는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시장 질서을 내세우며 규제에 나서면 업계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유산업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와 정유·석유유통업계의 갈등은 고유가 시절인 지난 2010~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이상하다”는 발언을 한 뒤부터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때부터 정부의 정책의 초점이 유류비 부담 완화에만 맞춰졌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정유·석유유통업계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다고 보고 있다.
8일 정유·석유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속칭 말통에 유류를 담아 판매하는 영세업체) 사이의 석유제품 거래를 허용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대법)’ 개정안 공포를 공포했다.
이전까지 소비자에게 직접 유류를 판매하는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는 정유사·석유대리점에서 유류를 공급받거나, 같은 업태끼리만 거래가 허용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거래의 칸막이를 없애 주유소가 없는 도서지역의 석유일반판매소가 활용할 수 있는 공급선을 늘리면 유류 공급이 원활해지고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유·석유유통업계는 "정부가 업계와 소통하지 않고 규제완화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사이의 거래를 허용하면 유사석유 유통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산업부가 현장 실태도 모르고 규제부터 풀었다는 것이다. 또 농촌 지역에서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를 모두 운영하고 있는 농협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석유일반판매소를 직접 방문해 현장 실태를 점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사석유 유통 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석유제품에는 가격의 50~60%의 유류세가 부과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유사석유를 만드는 원가는 정상적 석유제품을 만드는 원가와 차이가 없다. 유사석유 유통업자들은 유류세 만큼의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또 다른 유류비 부담 완화 정책인 알뜰주유소를 놓고도 정부와 업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달하던 지난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가 출범시킨 브랜드다. 출범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과 세제 혜택 등으로 국민들의 유류비 절감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효용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저유가 기조와 주유소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유통업계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지원을 받은 알뜰주유소 업자들이 판매하는 유류의 50% 이상을 한국석유공사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는 계약을 어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값으로 물량을 내놓으면 알뜰주유소 업자들은 석유대리점이나 한국거래소(KRX)의 전자거래 시장을 통해 이를 조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시장에 풀리는 저렴한 석유제품이 알뜰주유소의 공급 체계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과거 현물 시장에 덤핑으로 석유제품을 내놓는 일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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