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례없는 초저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처음으로 0.7 아래로 떨어져 최저치를 경신했다.
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국의 통화유통속도는 0.69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0,90 수준이던 통화유통속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0.7대로 주저앉은 이후 8년만에 0.7대 마저 무너진 것이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M2·광의통화)으로 나눠구한다. 한 통화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를 보여줘 한 국가의 대체적인 경제활력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시중 통화량은 올 3분기 말 2369조원으로 전분기 2232조원 대비 2.2% 성장하는 등 계속 팽창하고 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이 그 증가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 유통속도 하락은 과거부터 계속 내려오는 추세여서 (3분기가) 특징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돈이 돌지 않는 건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계속되는 경기부진과 고령화가 가져올 장기 저성장 에 대비해 여윳돈을 최대한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추세는 올 4분기에 더 심화될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경제 상황이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악화돼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에서 얼마나 신용이 창출되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도 3분기 17배를 기록해 1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2분기와 같은 값을 보였다. 금융위기 직전 약 25배에 달했던 통화승수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은행 등에 단기 예금 형태로 묶여있다. 9월말 기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하는 등 현재 금융권의 대기성 자금은 1년 만에 60조원 가량 증가한 978조원에 달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내년도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통화유통속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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