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항공사 하늘길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일 매일경제신문이 대형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와 저비용항공사 5곳(제주·이스타·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올해 신설·폐지 노선 62곳을 전수 분석해보니 대형사는 중국 노선을 떠나 수익성이 검증된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바꿔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는 한·중·일 지방공항을 잇는 노선을 개발하며 다양한 여행객 입맛 잡기에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은 대형 항공사가 맡고, 중거리 노선은 덩치 큰 LCC가 분담하고, 나머지 LCC는 단거리 노선을 늘리는 차별화한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봤을 때 올해 LCC 노선 변화 최대 수혜자는 일본으로 떠나는 지방 여행객이다. 올 들어 LCC가 취항한 42개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12개(29%)가 일본에 집중됐다.
인천~도쿄(나리타) 이외에 한국 지방에서 일본 지방으로 가는 하늘길이 크게 넓어졌다. 지난 9월 에어부산이 대구~후쿠오카 라인을 개설했고 티웨이항공은 대구~후쿠오카·도쿄에 이어 12월 1일 진에어는 부산~기타큐슈 취항에 나섰다.
이달에도 부산~나리타(제주항공), 대구~오사카·삿포로(에어부산) 등 무더기 일본 취항이 예정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본 국제선 이용객은 138만명(10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23.1%나 급증했다.
한국과 중국 지방을 잇는 노선도 8개가 생겼다. 진에어가 4월 부산~우시를, 티웨이항공이 5월 인천~원저우를 이어 붙였다. 12월에는 인천~싼야(제주항공), 대구~싼야(에어부산) 등 중국 지방 노선이 줄을 잇는다.
현재 LCC 운항 노선은 총 155개로 지난해에 비해 29%나 늘었다. 대형 항공사(229개) 70% 선까지 성장한 것. 매년 LCC 노선이 40~50개씩 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2018년에는 노선 숫자면에서 대형 항공사를 따라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거리에서 포식한 LCC는 이제 미주·대양주 등 중장거리 시장 개척에 나섰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LCC 최초로 하와이 호놀룰루에 취항한 후 14일 호주 케언즈 노선을 만든다. 제주항공은 아예 일본·싱가포르·필리핀 등 7개 LCC와 동맹을 맺고 내년 초 중거리 서비스할 채비를 마쳤다.
LCC는 통상 항속거리 5000~6000km 이하 중·단거리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고수익 장거리 노선은 물리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국적 연합군을 통해 먼 지역까지 공략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소비자는 대형항공사 직항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쥘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항공을 타고 필리핀 마닐라까지 이동한 뒤 마닐라에서 항공 동맹사인 세부퍼시픽을 통해 호주 시드니까지 넘어가는 식이다. 이스타항공도 중국계 4개 항공사와 동맹을 맺고 내년부터 공동 운항을 본격화한다.
대형항공사는 거꾸로 중국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정보협정 등 최근 한·중 갈등에 여객 한파가 예상되며 재빨리 발을 빼고 있다. 올해 신설된 중국 노선은 대한항공 인천~구이양 노선(주 3회) 1개에 불과하다. 중국 ‘편식 현상’을 완화해 고수익 노선으로 매출을 다변화하겠다는 경영 전략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선 매출 중 중국 비중은 22%로 가장 크다. 대한항공도 중국 입김(15%)이 큰 편이다. 중국 매출 비중이 10~20%인 LCC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LCC가 중거리 시장까지 치고 들어오자 아예 따라올 수 없는 장거리에도 공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인도 델리에 신규 취항을 시작으로 내년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년 6월에는 미국 LA 증편에 나선다. 델리·바르셀로나·LA는 중국 베이징에 비해 항공권 가
아시아나항공도 델리(주 3회->매일), 이탈리아 로마(주 3회->주 5회) 증편에 나섰다. 뉴욕·LA에는 종전 B777(400석)보다 더 큰 초대형 항공기(A380·550석)을 투입해 노선을 확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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