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만 해도 현지 영업할 때 한류나 K팝이라는 주제를 꺼내면 거래 분위기 트기가 한결 쉬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래처 만나러 가면 ‘샤머니즘 코리아’에서 왔느냐는 말투로 비아냥거립니다. 이렇게 한국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면 앞으로 장사할 때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미얀마 소재 물류기업 근무 C씨)
“요즘 바이어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한국이 정말 괜찮냐’는 말이에요. 최순실 게이트가 기업 스캔들로 커지고 있는데 제품 공급선에는 문제가 없는지 의문을 많이 제기합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계속 뉴스가 쏟아지니 걷잡을 수가 없어요.”(일본 수출 중소기업 임원 P씨)
불황 직격탄을 맞은 수출 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정농단의 겹악재를 맞았다. 하루가 다르게 깎여나가는 한국 대외 이미지가 기업 영업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단계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경제가 한국무역협회 해외 지부장·코트라 본부장 및 주요 무역관장 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무역 현장 온도를 분석한 결과 83%(75명)가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58%·52명)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기업 영업활동에 실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 위기가 한국 브랜드 위기를 넘어 무역 활동에까지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 비리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한국에 덧씌워질 수 있다”며 “기업과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경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동남아시아 등 한국을 산업 발전 모델로 삼은 국가에서 이미지 실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 수출기업 관계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 때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친한파 현지 공직자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조롱섞인 표현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기업간 신규 계약을 추진할 때도 ‘한국이 그렇게 시끄러운데 할 수 있겠느냐’고 에둘러 거절 의사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도 “현지에서는 한국을 기업 발전 모델로 봤었는데 최근 최순실 사태가 실시간으로 현지에 전해지면서 이같은 이미지가 망가졌다”며 “국가 이미지 하락이 투자 유치 등 업무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진출 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한중일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에 소비재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현지 바이어를 확보하는데는 정상회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임기말 해외 순방이 막히면 해외 먹을거리 물꼬를 트는것도 막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가뜩이나 정체 상태인 한국 이미지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6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 국가 이미지는 16위로 전년 대비 1단계 하락했고, 투명성지수(43위)는 3단계가 낮아졌다. 임성환 중국 항저우 무역관장은 “중국에 비해 투명성이 나은게 한국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난감하다”고 말했다.
무협 지부장·코트라 무역관장들은 정치 후진성을 내년 수출 3대 리스크 요인으로 손꼽았다.
응답자 12%는 국내 정치 불안정성을 수출 위험 요인으로 진단했다. 트럼프 신정부 보호무역주의 대두(47%)와 중국
[김정환 기자 / 강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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