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체제 전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무성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내년 5~6월께 인적분할 등 지주사 전환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적분할이란 회사를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로 쪼개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기존 주주는 보유 지분율대로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게 된다. 예를들어 기존 삼성전자 지분 1%를 가지고 있던 주주의 경우,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1%씩 보유하게 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다.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기존 삼성전자 보유 자사주를 갖고가는 한편, 해당 자사주만큼 신설되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도 보유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말 현재 자사주 12.78%(1798만1686주)를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적분할 이후에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된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지주사 전환을 공식 검토하게 된 이유는 최근 정치 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구조 재편을 원천봉쇄하는 법안이 야당 주도로 발의되고 있어 삼성그룹 측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기업분할시 기존 자사주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법안이 계류중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밖에 지주사 전환시 대주주 보유 지분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오는 2018년까지 만료된다는 점도 이같은 ‘속도전’의 이유로 꼽힌다. 절세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단계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간의 주식을 맞바꾸는 주식스왑과정이다. 오너 일가(지분율 4.91%)와 삼성물산(4.25%)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매각하는 대가로 삼성전자 지주회사 신주를 받아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져 지주사 지배력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대주주 보유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취득하며 삼성전자 사업회사 보유 지분율을 21.94%로 끌어올려 지주회사 요건인 상장 계열사 지분 20% 이상 보유를 충족하게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력 시나리오로 전망됐던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간 합병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현재로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만 검토할 뿐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 검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헌 연구원은 “실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간 합병은 향후 3~4년뒤에나 벌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적 검토를 비롯해 지분 정리 작업 등에 막대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당 시나리오를 서둘러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지분율 17.23%)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총 31.1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삼성전자 분할이 보다 시급한 사안”이라며 “향후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합병해도 늦지 않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한우람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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