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부터 상승 추세를 이어온 태양광 제품의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계기로 다시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기업들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난 뒤를 도모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18일 태양광시장 조사업체 PV인사이트닷컴에 따르면 이번주 웨이퍼, 셀의 국제거래가격은 각각 0.15%, 0.43% 하락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주일만에 5~6%씩 올랐고, 지난주에도 3.5% 넘게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지난 한달간 매주 3%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번 주에는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태양광 제품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올해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초 kg당 12달러대에서 시작해 지난 5월 17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다시 12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주 kg당 14.47달러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진영은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켰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이자 세계 3위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초소재만 만들고 있는 OCI는 태양광 산업을 주도할 수 없는 입장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솔라시티는 태양광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태양광 발전기 형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며 “반면 OCI는 태양광 시장에 주도적으로 확대할 수 없는 단계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는 것 이외에는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CI는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 화학업체 도쿠야마로부터 말레이시아의 연산 2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인수, 생산능력을 연간 7만5000t까지 늘렸다.
한화케미칼은 상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한화큐셀과 함께 태양광 관련 제품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석유화학 부문도 갖고 있어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은 기초 소재 부문의 호황이 태양광 부문의 실적 감소를 만회할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826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의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현금 25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군의 태양광 셀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재 한화규셀 국내외 공장의 셀 생산규모를 모두 더하면 5
태양광 업체들이 제품 가격 약세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은 하위업체들이 도태된 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 미국 선에디슨과 중국 바오딩티안웨이는 파산했고, 미국 REC도 가동률을 대폭 낮춘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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