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그간 정권 인수위원회를 이끌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제치고 새 인수위원장이 됐다. 함께 발표된 인수위 집행위원 명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친족과 거액후원자들이 대거 포함돼 ‘네포티즘(족벌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는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펜스 위원장과 6명의 부위원장, 16명의 집행위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인수위의 목표는 명확하다. 우리의 개혁목표를 워싱턴에 투영시키는 것”이라며 “크리스티 주지사가 진행해 온 작업을 펜스 당선인이 잘 이어받을 것이다”라 전했다. 부위원장직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했던 정계거물들에게 돌아갔다.
무엇보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위원장에서 부위원장으로 강등된 점이 눈에 띈다. 인수위 실무총책인 상임이사(executive director) 역시 크리스티 주지사의 참모였던 리차드 배거에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인 릭 디어본으로 교체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수개월간 인수위를 맡아온 크리스티 주지사가 배제될 것”이라 평가하며 “그의 두 측근이 최근 브리지게이트 스캔들로 유죄평결을 받으며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브리지게이트는 크리스티 주지사 측이 갈등관계에 있던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민주당)을 골탕먹이기 위해 고의로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앙심을 품고 이번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쿠슈너의 아버지를 수감시킨 장본인이다.
한편 자녀 셋과 사위까지 포함된 집행위원 명단도 구설수에 올랐다. 워싱턴 정가에 변혁을 가져오겠다던 선거구호와 달리 친족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은 구태정치로 비난받고 있다. 이들은 향후 트럼프 정부에 입각할 가능성까지 거론돼 ‘가족내각’ 논란까지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이 논란이 돼, 1967년 임명권을 가진 공직자가 친족을 공직에 앉히는 것을 제한하는 이른바 ‘밥 케네디 법’이 만들어질 정도로 친족기용이 금기시되고 있다. 다만 이 법의 적용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밥 케네디는 차기정권인 린든 존슨 대통령 정권까지 법무장관직을 맡았다.
아버지와 함께 155만달러를 기부한 레베카 머서, 실리콘밸리 기업인으로서 드물게 트럼프를 지지하며 125만달러를 내놓은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가 집행위원에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집행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하원의원 5명은 모두 당내지지기반이 취약했던 트럼프를 일찌감치 지지한 인물들이다.
이처럼 인수위의 ‘얼굴’을 맡은 인물들뿐 아니라 실무진 단위에서도 부적절한 인선이 이뤄졌다는 비난이 이어진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정가에 돌고 있는 인수위 실무진 명단에 대형기업 로비스트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국 1위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로비를 수년간 맡아온 제프리 아이제나흐가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선에 참여하고, ‘데번에너지’와 ‘엔카나오일·가스’ 등 대형 석유기업의 로비를 맡은 마이클 카탄자로가 ‘에너지독립’ 업무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대기업의 이권을 대변해온 로비스트 다수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정부가 후원자나 특정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믿는 모든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선 며칠 만에 이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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