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 온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고 관세 장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동차 철강 섬유 등의 업종에서는 벌써부터 어려움을 호소하는 반면, 방위산업체와 정유업계 등에서는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시대가 오면 미국과의 관계 뿐 아니라 여기에 중국과 유럽 일본 등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역학 관계에서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산업별 영향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자동차 업계는 걱정은 많지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다. 트럼프 당선자의 주요 공약을 보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계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내 관세 장벽을 올려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법인세를 낮춰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에너지 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라 친환경차 시대를 준비해 온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올해 3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부과되던 2.5%의 관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이들 관세가 부활되더라도 자동차 업계의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내 판매 물량의 65%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고 기아차도 41%가 조지아 주에서 만들어진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세율이 높지 않아 철폐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았다”며 “관세가 다시 매겨진다고 해도 완성차 업체에 미치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3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다. 멕시코는 값싼 인건비 때문에 GM과 르노-닛산 각 3개, 포드와 FCA 각 2개 등 20여개 완성차공장이 가동·건설 중에 있다. 지난해 340만대를 생산해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1994~2013년 사이 미국의 자동차 관련 일자리는 3분의 1이 줄어든 반면 멕시코는 같은 기간 5배가 늘었다. 멕시코 근로자의 하루 평균 임금은 약 40달러로 미국의 20~30%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교해도 시간당 임금이 3.3달러로 중국의 4.2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아차 또한 지난 5월부터 연산 40만 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가동중이다. 현재는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에 주력하며 연산 10만대 규모로 운영중이며 생산된 제품의 60% 이상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관세율이 트럼프 공약대로 35%로 치솟는다면 기아차 뿐 아니라 GM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도 현지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관세 장벽을 세우고 미국 업체가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현대·기아차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업체의 멕시코 생산도 많아 공약대로 100%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업계로서는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비규제의 완화 가능성이 있어 이로 인해 국내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2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매장된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바마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며 2025년까지 소형 승용차의 평균 연비가 갤런 당 54.5마일(리터당 약 23.1km)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이 필수적이다. 반면 트럼프 공약대로라면 앞으로 이러한 규정에 대한 완화와 함께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조금 감소까지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친환경차에 관한 한 후발주자에 속해 있는 현대·기아차에서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타이어 업계는 트럼프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초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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