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당사항이 없다구요?”
대학생 서미연(23·가명) 씨는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실시하는 ‘메이크업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황당했다. 15만원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제공한다던 메이크업 체험권은 국내 소비자 대상이 아니었던 것. 브랜드에서 진행한 행사의 주인공은 중국 온라인 스타인 왕홍(網紅)과 관광객(遊客·유커)이었다. 이들에게는 구매 영수증과 여권을 확인 후 10만원 상당의 전체 메이크업 체험권은 물론 한정판 키트도 제공했다.
행사장에 나타난 왕홍들과 중국어로 뷰티쇼를 진행하며 유커 호응을 이끌어 낸다거나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브랜드와 연관한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한정판 키트를 현장에서 제공하는 등 유커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 애경이 경기도 수원 소재 에이케이(AK)타운에서 ‘뷰티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왕홍은 물론 일반 소비자까지 왕복 항공권에 체류·숙박비, 소정의 출연료까지 더해 ‘귀한 몸 모시기’에 한창이다. 업계의 중국 사랑이 심해질수록 국내 소비자는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활뷰티기업 애경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의 에이케이(AK)타운에서 ‘뷰티데이’ 행사를 열었다. 왕홍 20명을 초청해 K뷰티와 에이지 20’s, 루나 등 애경 화장품을 소개하고 메이크업 시연을 제공했다. 초청 인원의 수도 첫 행사와 비교해 두 배로 늘렸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연 뷰티행사 이후 각 브랜드의 중국 웨이보 구독자 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홍은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 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온라인 스타를 말한다. 단순히 구독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중국의 핵심 소비층인 80~90년대생(바링허우·주링허우) 여성들의 구매행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왕홍의 경제 규모는 1000억 위안(약 18조원)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왕홍의 K뷰티 화장품에 대한 평가 또는 추천이 브랜드 인지도 확대나 매출 증대로 즉각 이어지자 업체들의 ‘왕홍 모시기’가 본격화된 셈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을 때 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더욱 과열된다. 중국인들에게 왕홍이 전달하는 정보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국내 소비자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상황이다.
애경에 따르면 회사 화장품 사업의 전체 매출 중 95% 이상은 국내에서 발생한다. 애경 에이지 20's 에센스 커버팩트는 출시 3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서 뜨거운 인기를 모았지만 관련 특집 프로모션이나 뷰티 데이는 중국 소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7월부터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소비자 서포터즈 ‘애경 천금단’을 운영하거나 ‘K뷰티 메이크업클래스’를 열어 눈화장법 등을 알려주는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등 중국시장 겨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잇츠스킨은 중국 소비자 구매 비중이 전체 매출 6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다. 잇츠스킨은 다음달 중국 소비자만 대상으로 30명을 추첨해 개별 피부 상담, 해결 테라피 제공, 맞춤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2박3일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잇츠스킨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이다.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 캠프를 정례화해 확장·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도 왕훙과 함께 하는 뷰티 투어 프로그램 등을 운용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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