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무비용 직접·비밀 투표가 가능해지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해야 합니다. 현재 정치나 개헌으론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국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5일 광화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직접 민주주의’ 모델을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로 반드시 뒤따르게 되는데 이때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새 국가 거버넌스 구조를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견해다.
‘블록체인과 거버넌스 혁신’에 관한 주제발표에 나선 이 이사장은 저성장과 양극화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세기형 패스트팔로워 전략은 더 이상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갑을문화로 인해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은 기업이나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을 넘어 국가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저성장, 양극화, 초고령화, 노동생산성 악화 등 문제를 풀어나갈 방향을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양한 국가적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할 때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국가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위해 대의민주제를 채택했지만,대표적인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조직화된 집단의 이익을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우선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국민들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정치인과 관료들의 이권추구 행위를 통제하는 스위스 모델이 한국과 비슷한 재정구조를 갖추고 있어 벤치마킹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반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거론됐다. 이 이사장은 “중앙화된 주체 없이 데이터의 완전성을 보장해주는 분산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실현 가능하다”며 “다양한 싱크탱크가 정책을 서로 경쟁하는 시장이 ‘스마트 직접 민주주의’와 결합하면 포퓰리즘 극복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거버넌스가 가야할 방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의 조직화된 세력이 나머지 비조직화된 하위 90%의 소득을 왜곡하는 구조가 양극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성장은 혁신에 대한 보상과 안전망을 통해서, 분배는 사회안전망과 동반성장을 통해 보완하면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관한 주제발표를 이어받은 박창기 블록체인 OS 대표도 “집단별로 의견대립이 첨예한 문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직접민주주의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 발표 이후에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세정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소장,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창조경제연구회는 매달 국가 혁신을 위한 공개 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는 한편 창업자연대보증, 공인인증서, 기업가정신 의무교육 등 다양한 정책 혁신을 이끌고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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