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수사 103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신 회장은 ‘횡령 혐의를 인정하는가’, ‘롯데건설의 300억원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나’,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탈세나 횡령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로비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그는 롯데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수백억원대의 부당 급여를 수령하고 총수 일가와 관련이 깊은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드러난 혐의 규모만 2000억원대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의혹,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와 관련해서도 신 회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추가적으로 수사한다. 특히 롯데건설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에서 본부장을 맡은 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뒤를 이어 사실상 그룹과 계열사 전반을 경영해왔다.
지난 1967년 롯데그룹이 설립된 이후 그룹 총수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그룹 기준으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4번째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대기업이다.
검찰은 이번 소환 조사 이후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재소환 계획은 없지만 사안이 무거운 만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법 처리에 다소 부담을 안고 있다는 내부발언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롯데그룹 비리 의혹 관련) 조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수사 성과를 위해 무리한 구속 영장 청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신 회장의 검찰 출두 이후 입장 발표를 내고 “최근 일련의 일들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객과 협력사, 12만 임
이어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보다 신뢰받고 정직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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