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임원 50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측은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64)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CJ대한통운 박근태 공동 대표이사(62)를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등 그룹 임원 50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임원 33명보다 대폭 늘어난 숫자다.
통상 연말에 있던 승진 인사를 석달이나 앞당긴 이유는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후 그룹 경영 경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지난 2010년 그룹측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을 야심차게 선포했으나 2013년 이 회장이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그 속도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인사는 사업을 재정비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자는 의미로 분석된다. 또한 이 회장의 부재 기간인 지난 3년 동안 보류해온 대표이사급 임원의 승진 인사 적체를 해소한 것이다. ▶9월 12일자 A1면 보도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철하 대표는 오너 일가이거나 영입된 기존 부회장들과 달리 그룹 내부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첫 사례다.
지난 2007년 대상에서 CJ제일제당으로 옮긴 그는 CJ제일제당 비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서울대 미생물학을 졸업한 ‘바이오 전문가’로 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해 바이오와 식품신소재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특히, 김 신임 부회장은 이 회장의 부재 당시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 4명으로 구성된 비상 경영위원회 멤버로 조직 안정에 기여했으며, CJ제일제당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어 신임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당분간 미국에서 유전병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며 이미경 부회장 역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에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과 더불어 그룹 경영의 핵심 축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박근태 대표는 그룹 내 ‘중국통’으로 꼽히는 경영인이다. 1984년 대우 홍콩지사 근무를 시작해 30년 넘게 중국에서 일했다. 2006년부터 CJ중국 본사 대표직을 맡아 CJ의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해왔으며, 지난해에는 CJ대한통운 공동대표이사 자리도 겸직해 중국 물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계열사 CEO급으로는 김성수 CJ E&M 대표(54), 김춘학 CJ건설 대표(60)가 각각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52)는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정문목 CJ푸드빌 대표(49)는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오리온 온미디어 출신인 김 대표는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다. 2009년 CJ E&M 방송부문장을 거친 후 2011년부터 CJ E&M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근 방송과 영화 사업 선전에 힘입어 승진하게 됐다.
김춘학 대표는 K컬처 밸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난해 말부터 겸직해오고 있다. 올해 5월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에 착공한 K컬처 밸리는 CJ그룹이 싱가포르 기업과 함께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조성 중인 문화·엔터테인먼트 단지로 미국이나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지향하고 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허민호 대표는 올리브네트웍스에서 올리브영을 맡고 있다. 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올리브영과 CJ시스템즈 간 합병으로 탄생했으며 허 대표는 IT사업부문 이상몽 대표(부사장)와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는 맥쿼리자산운용펀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2011년 CJ푸드빌에 경영지원실장으로 합류했으며 2013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룹 지주회사인 CJ주식회사에서는 신현재 경영총괄(55)이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김홍기 인사총괄(51)이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 CJ대한통운 대표에서 CJ주식회사 경영총괄로 자리를 옮겼던 신현재 경영총괄은 제일합섬을 거쳐 지난 2003년 CJ에 입사했으며 CJ오쇼핑 경영지원실장과 CJ대한통운
보직 변경에 따른 자리 이동도 있다.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55·부사장)가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에, CJ프레시웨이 신임 대표에는 문종석 프레시웨이 유통사업총괄 겸 영업본부장(55·부사장대우)이 선임됐다.
[전지현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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