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을 놓고 책임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에 추가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유한책임 원칙에 배치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일 긴급 개최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나 회사경영 측면에서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대해 대주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사재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 요구”라며 이 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법정관리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미 자기 손을 떠난 회사를 대주주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이 산업적인 측면보다 금융논리가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해운, 항공 등은 금방 재생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며 한진해운은 수십년에 걸쳐 기술과 자본, 신뢰가 쌓여서 성장한 회사인데 (법정관리 선택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진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때문에 발생한 부실에 대해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국가가 경제적 파급효과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미래전략을 갖고 산업 구조조정이나 산업 재편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물류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 교수는 “개별 기업에 국가 차원의 물류 문제를 맡기거나 책임지게 하는 것은 역할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대한항공 지원은 (배임죄)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원장은 “주식회사 제도는 주주에 대한 유한책임을 지우는 것인데 여론몰이 등으로 인해서 주주의 책임보다 더 큰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배 부원장은 “(한진해운 사태로) 국가 이미지와 신용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물류전쟁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물류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외국 해운회사에게 기회의 창을 지원하게 된다”며 “국내적 시각에 국한된 판단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역 고착성이 존재하는 조선산업에 비해서 해운산업은 지역 편향성이 없어서 전세계 물류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금융권 시각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
이 교수는 “해운업은 해양물류를 넘어서 외교·안보, 신해양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확장성이 있는 산업으로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이런 산업을 금융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해 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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