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물류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화주들의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시간이 갈수록 선적된 화물의 상태도 걱정스러워지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각국 항만에서 압류를 피하기 위해 공해 상에 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선박 규모나 화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항해 중인 컨테이너선은 보통 하루 100t가량의 기름을 소비한다. 기름은 엔진에 동력공급뿐 아니라 각종 전기 사용을 위해 발전기를 돌리는 데도 쓰인다. 특히 냉장·냉동식품을 싣고 있는 경우라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기름을 소비한다.
차미성 국제물류협회 부회장은 “컨테이너에 식품을 실은 화주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납품 지연에 따른 손해에다 처리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선원들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한진해운 선박의 선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름을 아끼려고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는 등 비상조처를 하고 있다”며 “선원들이 더위에 힘들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진해운 선박에 짐이 묶여있는 화주들이 직접 화물을 찾아나서겠다고 해도 물류사태가 쉽게 해결되긴 어렵다. 각 국가마다 법이 다른데다 이해관계자들이 화주들의 짐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에 한진해운 화물선에 자사 화물을 직접 하역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튿날 미국 법원이 한국법원의 스테이오더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롱비치항에 묶여있던 삼성전자 화물은 해결됐지만 전 세계 항구에 묶여있는 짐들은 사정이 다르다.
한진해운 물류사태는 하역 협력업체들에게 한진해운이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화주들이 협력사들에게 직접 돈을 주겠다고 할 경우도 우선 한진해운의 동의를 받아 화주 정보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짐이 어느 위치에 실려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수 천개의 컨테이너선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짐만 빼는 것도 쉽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특정 화주의 짐은 일부인데 협력사들이 해당 컨테이너만 골라서 하역해줄 지는 미지수”라며 “컨테이너 안에도 짐이 섞여있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류대란에 있어서 화주와 해운사에 이어 제 3자까지 끼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진해운에 배를 용선해 준 선주들이다.선주들이 화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카고 리엔(Cargo Lien)’이라고 하는데, 이 조치를 행사할 경우 일은 걷잡을 수 없게
김창준 법무법인 세경 변호사는 “카고리엔을 허용하게 되면 화물에 대한 소유권 우선순위는 화주가 아닌 선주가 될 수 있다”며 “국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국처럼 카고리엔을 허용할 경우 화주들은 한진해운이 아닌 선주들과 협상을 통해 짐을 받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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