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왼쪽)과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두 회장은 같은 영남권 출신에 기성복 브랜드를 바탕으로 자수성가형 CEO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
패션시장에서 비슷한 브랜드와 콘셉트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두 회사가 주얼리·잡화 시장에 동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 형지는 단독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주얼리 시장 진출을 논의 중이다.
형지는 계열사 형지에스콰이아의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을 통해 키링 등 핸드백 액세서리 등 주얼리 부문을 시작했다. 이 브랜드를 통해 시장조사와 소비자 반응을 먼저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이어 내부적으로 단독 주얼리 브랜드 론칭 등 주얼리 시장 진출 시기와 콘셉트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지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최병오 그룹 회장과 강수호 대표 간 주얼리 사업 진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 주얼리 사업을 시작할 듯 보인다”고 말했다.
형지의 오랜 맞수 세정그룹은 이미 주얼리 시장에 진출해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세정이 지난 2013년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는 프랑스 특유의 멋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홍콩 하비니콜스 백화점 2개 점포에 입점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홍콩의 복합쇼핑몰인 하이산플레이스에 들어갔다. 홍콩에 이어 앞으로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시장 공략에 주력할 예정이다.
프랑스 패션 아이콘 줄리아 로이펠드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해 유럽 시장 또한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4일 파리의 유명 편집숍 ‘콜레트’에 입점에 이어 이달 세계 3대 패션위크인 뉴욕 패션위크에서 협업 컬렉션을 공개한다.
국내에서도 면세점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은 당초 계획 대비 110%를 달성했으며 면세점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형지 최병오 vs 세정 박순호…패션 라이벌로 ‘경쟁’
형지와 세정은 기성복 브랜드 성공을 발판으로 자수성가한 토종 패션업체다. 매출 규모가 1조원 대로 비슷하고 양사의 회장 모두 영남권 출신(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은 부산,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경남 마산 출신), 후계 경영자는 딸들이 지목되는 등 공통 분모가 많다.
특히 2008년 두 회사의 여성복 브랜드(형지 올리비아하슬러·세정 올리비아로렌) 상표권을 놓고 법적분쟁을 벌이면서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상표권 표절 문제는 무효로 끝났으나 이후 보라색 간판 색상을 두고 또다시 소송을 이어가는 등 몇년 간 자존심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지난 7월 1일 세정이 박 회장의 막내딸인 박이라(38)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보름 뒤 형지 또한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36) 형지I&C상무를 대표이사 전무로 임명해 경영 구조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주얼리’ 열풍에 시장 진출 가속도
국내 주얼리 시장은 2013년 5조원, 2014년 5조8000억원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약 6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텃밭이었던 주얼리 시장이 최근 제이에스티나, 이랜드(OST·클루·로이드), 골든듀 등 국내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며 유망 시장으로 우뚝 섰다. 특히 면세점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하는 등 중국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으로 성장 가도를 달린다.
때문에 패션시장의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겪고있는 형지와 세정이 주얼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 137억원 대비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절반 가까이(48.4%)이 빠진 49억원에 불과했다.
부채 총계도 매년 증가해 2014년 2562억원에서 지난해 3428억원으로 무려 1000억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3%에서 208%를 기록했다.
세정의 상황도 비슷하다. 세정 매출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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