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대출이나 기업어음(CP), 신용장(L/C) 등 금융권의 신용공여 잔고를 급격히 키우는 등 부실 징후가 나타났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작년에야 부실을 포착하는 등 위기대응 능력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도 신용공여를 줄였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만 신용공여액을 늘리며 부실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포착한 것이 작년 6월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8일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 신용공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받은 대출 잔고는 2008년 말 2196억원이었지만 이듬해 말 863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CP와 L/C는 2008년 말에는 없었지만 2009년 말 5000억원, 9999억원이 갑자기 생겼다.
대우조선은 이후 유동성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용공여액을 계속 늘여 올해 6월 기준 대출은 3조5808억원, CP는 1조9500억원, L/C는 1조2873억원으로 폭증했다.
은행들은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2013년 이후 신용공여액을 줄이는 추세였지만 산은과 수출입은행만 유일하게 늘리는 모양새였다.
산은의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 등 신용공여 잔고는 2014년 말 1조8124억원에서 작년 말 3조4320억원에 이어 올해 6월 5조1574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수출입은행도 같은 기간 신용잔고가 6조9846억원에서 8조9901억원, 9조615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외국은행들의 신용공여액이 2123억원에서 689억원, 204억원으로 크게 준 것과 대조된다. 국내 시중은행도 4조3474억원, 4조232억원, 3조1645억원으로 줄였다.
누구보다 대우조선의 부실을 먼저 알고 대처했어야 했을 산은은 박 의원실에 보낸 ‘주요 기업 관련 손실액, 신규자금 지원내역 및 대손충당금 현황’ 자료에서 대우조선의 부실화 포착 시점이 재무진단 결과 보고를 받은 작년 6월 25일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부실에 대응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작년 6월 말 67억원에서 올해 6월 899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대우조선은 이미 2008년부터 유동성 위기를 감당하지
이어 “마치 IMF 위기 당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외치다가 한 달도 못 돼 IMF 구제 금융을 요청한 사실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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