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매연입자에 있는 ‘자성산화철’ 입자가 인간의 뇌에 쌓여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자성산화철입자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성산화철이란 자석의 성질을 갖고 있는 철입자가 산화된 것으로 1991년 조 커슈빙크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가 뇌에서 처음 발견했다. 4면체 또는 8면체 형태로 생겼으며, 뇌에 존재하는 ‘철’이 변형돼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자성산화철입자가 독성을 띠고 있어 체내 활성산소의 양을 증가시켜 생체 균형이 무너진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킨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뇌에서 자성산화철 입자가 발견된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자성산화철입자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독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모든 사람의 뇌,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이지만 이것이 뭉쳐지면서 독성이 발생, 뇌 신호에 교란을 일으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DTC융합연구단장은 “철, 아연 등 자성물질들이 베타아밀로이드와 결합하여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주는것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바바라 마허 영국 멘체스터대 환경센터 교수 연구진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자성산화체 입자를 연구하던 중 인간의 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37명의 시신에서 뇌 세포를 채취해 정밀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공기오염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와 영국 맨체스터시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았던 사람의 뇌에서는 자성산화체 입자가 상당히 많이 발견됐다. 문제는 자성산화체 입자의 모양이었다. 자연적으로 뇌에 생성되는 자성산화체는 4면체, 8면체의 형태를 띈다. 하지만 이들 뇌에서 발견된 자성산화체는 둥그런 형태의 구형이었다. 바마 교수는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진 자성산화체는 구형을 띈다”며 “발전소나 공장 매연은 물론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하는 자성산화체 입자도 모두 구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뇌 속에서 백금과 코발트 등의 중금속 입자들도 찾아냈다. 매연을 통해 외부로 누출돼 공기 중에 떠다니던 자성산화체 입자 등의 오염물질이 인간의 호흡기를 통해 뇌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입자들은 신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진은 뇌물질 1g 속에 이같은 입자 수백만개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커슈빙크 교수는 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존재하는 오염입자들이 뇌로 전달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증거”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오염물질 속 자성산화철 입자는 화학반응시 독성이 더욱 강하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이같은 사안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진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자성물질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지만, 뇌안의 자성물질이 알츠하이머 질병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으며 정밀한 실험 설계를 통해 인과관계 증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오염으로
[원호섭 기자]
*교열 참고
Joe Kirschvink : 조 커슈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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