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선친이 세상을 떠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단 설립을 준비해왔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회장은 1954년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했을 정도로 과학 기술에 관심이 깊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 의대, 연세대 의대 등 학교와 외부 연구소에도 연구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 회장은 “어릴 때부터 아버님이 과학 기술 이야기를 항상 들려줬고 사재를 털어 재단(태평양장학문화재단, 태평양학원, 태평양복지재단)을 설립했다”며 “집사람과 얘기한 후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기 전에 나도 재단을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했는데 힘들게 번 돈을 멋있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부친의 뜻을 이어받은 서 회장의 과학 사랑도 유별나다. 지난 2006년부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을 제정해 시상해왔으며, 2010년부터 재단법인 피부과학연구재단과 협약을 맺고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자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피부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전달해왔다. 2015년부터는 ‘차세대연구자상’을 신설해 국내 분자생물학 및 세포생물학 분야 연구자에게도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재를 털어 서경배과학재단까지 설립한 서 회장은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꿈은 혼자 꾸면 백일몽이지만 100명이 모이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서회장은 “과학에 미래와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기술로 회생한 그의 회사처럼 과학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서 회장은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과학자들이 출현해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재단이 언젠가 노벨상을 타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회장은 “이 재단이 세계적인 과학 결과물을 만들기를 항상 기원한다”며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노벨상이 나올 것이다. 한국은 세상에서 인정해주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태성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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