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일 해운·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의 최대 수혜자는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될 전망이다. 한진해운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도 돼 재무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해운의 자산을 매입한 지주사 한진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다.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라고 지목한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란 정부 전망과 달리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앓던 이가 빠지다(동부증권)’, ‘안개가 걷히고 있다(미래에셋대우)’, ‘그룹 전체 위기 막아(하나금융투자)’. 한진해운 채권단이 추가 지원 불가를 결정한 지난달 30일 이후 나온 대한항공에 대한 증권사들의 보고서 제목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증권사는 HMC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모두 5개다. 동부증권과 KTB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약 4000억원의 손실을 인식해야 하지만 증권업계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에 더 주목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보유지분 가치 1634억원, 대여금 1100억원, 30년만기 영구 교환사채에 대한 총수익스왑(TRS) 1571억원 등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이후에는 계열사 리스크가 사라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주사인 한진에 대해서는 한진해운 추가지원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진해운으로부터 사들인 자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진이 지난해 11월 인수한 부산의 한진해운신항만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한진 영업이익의 82%를 차지했다”며 “한진해운신항만 매출의 50~60%를 차지하는 한진해운 관련 물동량이 줄어들면 한진의 영업이익은 50% 가깝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의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핵심자산을 인수하라고 지목한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정부와 증권업계의 전망 사이에 온도차가 크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영업 노하우를 가진 인력과 경쟁력 있는 선박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선박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은 1만3000TEU(20피트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단위)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보유했을 뿐 최근 장거리 노선의 주력 선박으로 부상하고 있는 1만8000TEU급 선박은 없다”며 “현대상선이 장거리 노선을 공략할 계획이라면 한진해운 선박 인수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영업 노하우를 갖게 된다는 데 대해서도 증권업계는 회의적이다. 노 연구원은 “한진해운 직원들의 영업력이 현대상선보다 낫다는 말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한진해운의 인력이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겨 적응할 수 있을지는 지
한진해운 관련 매출이 많은 유수홀딩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수홀딩스가 한진해운 매출을 줄여왔던 것은 맞지만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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