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업체 A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달 한진해운에 맡긴 짐을 뺐다.
A사는 아시아 시장 확장에 공을 들이며 지난 7년간 빠짐없이 한진해운에 짐을 맡긴 단골 화주다. 하지만 법정관리 위기가 불거지자 아예 운송 리스트에서 한진해운을 제외한 것이다.
#한진해운 주 고객인 B사는 선적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컨테이너 계약 전량을 취소했다. 당초 B사는 40피트 컨테이너 25개를 한진해운을 통해 선적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해운사에 화물을 맡겼다. B사 측은 “한진해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화물을 맡기는게 불안하다”고 전했다.
해외 컨테이너 선적 장비업체 C사는 한진해운에 장비 대여 ‘금지령’까지 내렸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에서 출발하는 한진해운 미주·유럽 화물 선적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중단을 선언하자 한진해운발 물류 ‘엑소더스’가 현실로 나타나는 등 한진해운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머스크, MSC 등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약했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한진해운 물량을 대거 흡수하며 어부지리를 볼 전망이다. 연간 20조원 넘는 해운·항만·무역업계 연쇄 충격도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국내외 화주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항만 산업은 물론 국내 물량 공급 시장까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진해운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는 이미 배에 실린 화물 40만개와 육상에 대기 중인 물량 80만개 등을 포함해 120만개로 추산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가시화하면 채권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선박 압류 등에 나서며 발이 묶인다. 이 경우 막대한 컨테이너 흐름이 정지되며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에 짐을 맡긴 화주는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80여개국 1만 6400곳에 달한다. 한국선주협회는 이미 적재된 컨테이너 40만개 화물가액만 140억 달러로 집계했다. 화주 화물처리 비용과 이에 따른 신인도 하락 데미지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양사 경쟁체제로 인해 그나마 운임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대형 화주 상당수는 외국업체로 갈아타고 국내에는 외국과 거래 능력이 적은 중소기업만 남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진에서 떨어져 나간 화물이 해외 경쟁사로 흡수되며 이들 경쟁력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 전체 화물 중 부산 등 한국에서 처리되는 물량은 16.4%에 불과하다. 나머지 83.6%는 대부분 해외에서 처리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물은 현대상선 등 다른 국적사로 일부 대체한다고 해도 해외 화물은 머스크 등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운임료 하락 ‘치킨게임’을 벌였던 해외 선사는 한진해운 붕괴로 전기를 맞는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보유 규모(61만2000 TEU)는 세계 7위지만 아시아~미주 노선 시장 점유율은 7%로 머스크(9%), MSC(7%) 등 글로벌 1~2위 해운사와 맞먹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퇴출로 미주항로 운임이 27.3%, 유럽항로 운임은 47.2%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해운·무역업계도 한진해운이 40여년간 쌓은 영업망 상실로 메가톤급 후폭풍을 맞게될 처지다.
부산항이 터미널수입감소·선박관리·수리보험 급감 등으로 4400억원 어치 피해를 입고,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매출 소멸, 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량 감소, 환적화물 급감 등으로 9조 2400억원에 달하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집계했다.
수출기업 등 무역업계는 운임료 급등, 컨테이너 시장 혼란 등으로 인해 7조 4500억원 피해가 예상된다.
해운·부산항만 업계를 통틀어 2347명이 일자리를 잃고 업황 부진 사태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도 선박 발주량이 줄며 추가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직후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을 가동키로 했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물류 혼란을 막고자 최근 ‘비상운송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계획안에 따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수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한국선주협회를 비롯해 국내 해운업체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응팀’을 즉시 발족시키기로 했다. 대응팀의 역할은 단기적으로 빚어질 수 있는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대응팀은 긴급 상황별로 짜인 대응책에 따라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는 국내 업체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산항을 이용하는 외국 환적물량이 이탈하지 않도록 외국선사를 유치하는 방안과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국내 업체들이 선박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정부는 31일 오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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