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너 신동빈(61) 회장을 향한 그룹 사장단의 ‘충성 경쟁’이 화제다.
23일 롯데그룹과 검찰 등에 따르면 정승인(58) 코리아세븐 사장은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바지 속에 ‘안중근’ 석자가 적힌 종이를 부착했다.
강도 높은 검찰 조사에도 불필요한 진술을 해 회사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결의를 다진다는 취지에서다. 정 사장은 평소 안중근 의사에 대해 남다른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코리아세븐이 적자투성이인 롯데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 정책본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정 사장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김치현(61) 롯데건설 사장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 회장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을 보여줘 그룹 내부에서 회자가 됐다.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의 6000억원대 증여세 탈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 사장을 상대로 당시 정책본부장이던 신 회장의 위법 사실 인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정병(66) 롯데카드 사장도 검찰 조사에서 신 회장의 범죄 행위 연루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위기에 몰렸던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또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신 회장의 지시를 받거나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 주장했다.
앞서 롯데그룹 사장단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한창 벌일 당시 신 회장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8월 4일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은 서울 제2롯데월드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그룹 사장단이 ‘오너 지키기’에 적극 나선 가운데 검찰은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을 이번 주 중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오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도 이르면 이번주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또 다른 측근으로 꼽히는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역시 피의
그룹의 ‘브레인’에 해당하는 정책본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그룹 경진영에 깊이 관여해 왔다. 또 모두 신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해 내부 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지는 미지수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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