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활법` 시행 앞둔 현장 "공급과잉 업종 활로 기대"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3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과잉공급과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업종의 기업들이 선제적인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8조7000억원 규모 금융지원안을 마련하는 등 인센티브를 총동원하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소 철강회사 중심으로 기활법 신청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공급이 극심한 철강업계가 다른 업종보다 기활법 활용 의지가 강한 만큼 1호 적용기업이 중소 철강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소기업이 많이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대기업 특혜법’이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한 중소 철강회사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중소 철강회사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협회 등에 기활법 관련 문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이달 중 업종별 컨설팅 보고서 결과를 보고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활법은 정상적인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법으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해 ‘원샷법’으로 불린다. 단 원샷법 혜택은 과잉공급 분야의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사업 재편을 추진할 때만 받을 수 있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재편계획을 심의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는 국회 추천위원 4명, 정부위원 4명(산업부 차관, 기재부·공정위·금융위 1급), 민간위원 1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주무부처 검토와 심의위원회 심의기간을 각각 30일 이내로 정했다.
다만 기업들은 공급과잉 업체라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사업재편을 하더라도 향후 기업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기업이 과잉공급 업종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주무부처를 상대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활법 신청기업 숫자는 법 시행 이후 공개할 예정”이라며 “대기업에 편법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경영권 승계, 지배력 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을 위한 사업재편 계획은 승인을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