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 A사는 해외 유명 패션 기업 B사에 티셔츠를 1000원에 납품한다. B사의 브랜드를 달면 티셔츠 가격은 5만원 대로 훌쩍 뛴다. 그 만큼 브랜드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국내 굴지 의류 OEM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를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세실업과 세아상역, 영원무역, 시몬느 등 탄탄한 생산력을 갖춘 굴지 패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들이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력에 걸맞은 가격을 받고 회사 규모를 키우려면 자체 브랜드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OEM기업은 주문생산을 받는 입장에서 보다 싼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며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진출했다가 대거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등 생산기지를 계속 바꿔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연매출 2800억원대 국내 토종 패션회사인 엠케이트렌드를 전격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불황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이 회사는 TBJ, 앤듀, 버커루, NBA 등 캐주얼 브랜드로 유명하며, 최근 골프웨어 브랜드 LPGA를 론칭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세실업이 갭과 나이키, 아메리칸이글, 코어스 등 미국 패션회사 제품 위탁생산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어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들 미국 브랜드 사업은 위축세에 있어 한세실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한세실업이 캐주얼 브랜드 FRJ를 인수한 후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얻은 자신감도 엠케이트렌드 인수 배경이다.
한세실업은 지난 2011년 아동복 전문 회사 드림스코(현 한세드림)를 인수하면서 자체 브랜드 확보에 나섰다. 한세드림은 컬리수를 비롯해 모이몰른과 아동복 유통채널 플레이키즈프로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74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중국 수출에 힘입어 이미 상반기에 매출액 490억원을 기록해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원사와 원단, OEM 생산업체인 세아상역은 지난 2007년 인디에프(옛 나산)를 인수하면서 패션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디에프는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예츠, 예스비, 테이트 등 8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액 1715억원을 올렸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 런칭한 복합 편집숍 브랜드 ‘바인드(BIND)’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 코엑스몰을 비롯한 전국 5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다.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아웃도어와 모회사격인 영원무역도 실적 부진 타개책으로 브랜드 키우기에 돌입했으며, 세계 1위 명품가방 ODM 업체인 시몬느도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 ‘0914’를 운영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 포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영원의 돌파구는 자체 보유한 신규 브랜드들이다. 미국 노스페이스 OEM 회사로 출발한 영원무역은 1997년 영원아웃도어를 설립하면서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을 론칭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결과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거친 느낌의 아웃도어보다는 무난하면서도 세련된 ‘탈(脫)아웃도어’ 느낌이 시장에 통하고 있는 것이다. 모회사인 영원무역은 지난해 1월 인수한 스위스 자전거 및 관련용품 브랜드 ‘스캇’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명품 가방 생산의 10%를 맡고 있는 시몬느 역시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들어간 상태다. 시몬느는 원래 버버리, 마이클코어스, DKNY 등에서 나오는 가방을 함께 개발 생산하는 ODM 회사이지만 36년간 쌓아온 ‘업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 ‘0914
[전지현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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