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더위에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 쉽게 지치는 후손들과 달리 35억년 전 우리의 조상은 뜨거운 온천에서 태어났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진화를 통해 여러 종으로 갈라져 육지, 바다, 하늘을 뒤덮는 수많은 생명체가 탄생했다. 지구가 탄생할 무렵부터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들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각각의 생명체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 아버지를 찾아나가다보면 한 종의 생명체로 수렴된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리 모두의 먼 조상은 하나인 셈이다.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생명체는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명체였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이를 최종우주공통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LUCA, 루카)이라고 부른다. 약 35억~38억년 전 지구상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탄생 5억6000만년 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생명체인 루카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찰스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에서 “모든 삶의 형태에 대해 단 하나의 기원세포가 있었을 것”이라며 진화과정을 이용해 우주공통조상에 대한 이론을 설명했다.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대 연구팀은 우리 모두의 공통 조상인 ‘루카’가 뜨겁고 수소, 이산화탄소, 철분, 질소가 풍부하며 산소는 결핍된 온천에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온천에 황과 셀레늄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뜨거운 열을 좋아하는 ‘호열성’인 루카는 수소를 먹이로 삼아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연구에선 루카가 일종의 스프와 같다는 주장도 있었다. 생명체를 구성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넣고 푹 끓인 스프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는 이론이었다. 최근엔 루카가 이런 단순한 스프형태가 아닌 좀 더 복잡한 구조를 지닌 생명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구팀은 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세포인 ‘원핵생물’의 유전자 610만개를 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루카가 뜨거운 물 속에 살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결과는 25일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핵생물 중에는 루카와 유사한 환경에 사는 것들이 있다. 바다 속 화산이 만들어낸 열수구(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곳)나 간헐천 주변에
연구를 이끈 윌리엄 마틴 박사는 “40억년 전 지구상에 살았던 미생물과 비슷한 환경에 사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40억년 전 뜨거운 온천과 비슷한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해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앞으로 연구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