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사들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유럽에서 선제적인 침투에 성공한 국내업체들의 선전이 미국 시장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인도 업체들의 추격도 가시화 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바이오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을 발표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하고 유럽에서 이 회사가 판매하는 관절염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의 매출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2분기 1500만 달러(약 1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처음 이 회사가 베네팔리를 판매한 지난 1분기보다 7.5배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연말까지 베네팔리 한 품목만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첫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를 바이오젠의 덴마크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최근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013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판매사 화이자)’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노르웨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월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9%에 불과했지만 올해 4월 기준 93%까지 점유율이 치솟았다. 이는 재정을 아끼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는 최근 북유럽을 넘어 서유럽 국가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 소속 메디컬디렉터인 스타이너 매드슨(Steiner Madsen) 박사는 “북유럽에서 인플렉트라의 점유율이 덴마크에서 97%, 핀란드 88%, 스웨덴에서도 33.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네덜란드에서 27%, 프랑스 11%, 독일에선 1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내 회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우선 허가 시기가 다른 나라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국내 회사들이 세계적인 제약사 마케팅 파트너와 함께 병원과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접촉을 벌이면서 과감한 할인 정책을 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유럽에서 활성화되자 국내업체들의 추가적인 품목 허가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트룩시마’를, 에피스는 또다른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의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유럽시장과 달리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판매는 향후에도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행히 국내업체들이 개발을 끝내고 허가를 받은 레미케이드의 경우 특허 분쟁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셀트리온이 세계최초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에피스도 지난 6월 식품의약국(FDA)에 같은 품목의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판매를 시작한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고 곧 미국 시장 판매를 위해 선적을 준비하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판매에선 시장 선점이 중요하며, 파격적인 가격 경쟁을 벌일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바티스와 암젠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FDA 자문위의 허가 권고가 나왔지만 이들 제품의 시장 판매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조사 기관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휴미라의 경우 판매사인 애브비가 2022년까지 물질 특허가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오리지널 약품인 엔브렐 역시 지난 2011년 주요 특허가 만료됐지만 개발사인 암젠은 특허를 2029년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허의 두터운 벽을 뚫는다해도 세계적으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무려 16종에 이른다. 이중에서 2개 업체는 이미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인도회사인 바이오콘과 이탈리아 제약사 밀란이 손잡고 허가를 신청했으며 미국 코허루스도 이미 임상 3상 상태에서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인도와 중국의 추격도 복병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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