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통의 야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 1위 업체 버라이즌은 야후를 약 48억달러(약 5조5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야후 인수로 버라이즌은 미국 이동통신 업체에서 미디어 회사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게 된 반면 한때 인터넷의 대명사였던 야후는 IT역사에 이름만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의 야후 인수를 ‘무선 통신사업자’에서 ‘미디어 회사’로 변신하려는 치열한 노력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플랫폼 업체들(OTT)에 밀려 ‘망(네트워크) 제공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 가입자 성장이 한계에 봉착해 있는데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천문학적 투자를 해야 한다.
모바일 인터넷 및 동영상 광고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면 미래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절박한 위기에 놓여 있었다. 특히 통신 경쟁사인 케이블 업체 컴케스트가 NBC 유니버설을 인수하면서 ‘미디어’ 회사로 성공리에 변신하고 있는 것에 비해 버라이즌은 ‘이통 1위’ 외에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지 못하자 ‘미디어’로 손을 뻗쳤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AOL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 야후를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인터넷 광고 시장 3위(점유율 4.4% /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3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AOL은 2011년 미국 최대 온라인 언론 허핑턴포스트를 인수(3억1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버라이즌이 야후를 인수하고 AOL과 합칠 경우 포털을 통해 뉴스를 노출시키면서 여기에 동영상 광고를 얹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야후는 전통적인 ‘인터넷 광고 기술’의 강자였다. 지금 구글과 페이스북에 밀려 있어도 야후의 기술력과 특허는 무시못할 수준이란 평가가 많다. 이로 인해 야후가 가진 인터넷 자산과 검색 능력, 광고 기술을 버라이즌의 모바일 사업과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후의 이메일 및 검색엔진 이용자 10억명, AOL 가입자 200만 명, 버라이즌 가입자 1억1200만명 등이 결합되면 온라인 광고 외에도 동영상 서비스 부문에서까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버라이즌-야후 딜에 대해 “지난 2001년 AOL과 미국 최대 TV 사업자 타임워너 그룹 간 합병으로 ‘AOL타임워너’라는 공룡 미디어기업이 탄생한 지 15년 만의 사건”이라며 “AOL을 손에 넣은 버라이즌이 야후 인수로 미디어 시장 빅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야후는 버라이즌에 매각됨으로써 지난 20년의 ‘인터넷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야후는 한때 ‘인터넷 포털’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시가총액 1250억달러를 웃도는 기업이었다. 구글의 지메일이 나오기전까지 야후 메일은 @ 메일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한때 야후에 검색엔진을 납품하기 위해 애쓰던 구글이 뜨자 야후는 지기 시작했다. 2007~2008년 이후 인수합병 시도도 끊이지 않았는데 특히 ‘인터넷’ 사업 보강에 애쓰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적으로 인수를 천명하기도 하면서 합병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야후를 버라이즌에 매각함으로써 지난 2012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마이사 메이어는 역설적으로 천문학적인 ‘보상금’를 받게 됐다. 주주들로부터 성공적인 매각 댓가로 보상금을 받기로 했기 때문. 마리사 메이어 CEO는 2013년 텀블러, 섬리 등을 인수하면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페이스북의 급성장으로 동력을 잃자 주주들로부터 ‘분할 매각’ 압력을 받아왔다.
주력 사업인 인터넷 사업을 분사해 매각하고 본사에는 중국 알리바바의 주식 지분 등 비핵심 사업만을 남기는 방안을 올해 초부터 추진해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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