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인접지역인 신사동 가로수길과 청담동 상권이다. ‘패션’이라는 키워드가 가로수길에서는 ‘급상승 키워드’로 꼽혔지만, 청담동 상권에서는 반대로 ‘급하강 키워드’로 집계된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인접한 두 상권의 이 같은 대비는 ‘대중성’의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로수길에서 패션을 언급한 빈도 수는 전년대비 71% 늘었다. ‘디자인’이 언급된 빈도 또한 41% 늘어났다. 명실공히 ‘패션 상권’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최근 대중적 패션 브랜드 매장이 잇따라 오픈하면서 대중성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패션매장이 잇따라 오픈하고 있다. AK플라자가 지난 4월 오픈한 라이프스타일숍 ‘오피셜 할리데이’는 오픈 첫 달 4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랜드 또한 5층 규모의 ‘스파오’와 ‘슈펜’ 매장을 열었다. 젊은 여성 고객 뿐 아니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대중 패션의 주요 고객층이 집결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오피셜 할리데이는 강남지역 중 가장 대중적 명소인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에 맞춰 기획된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점”이라면서 “20·30대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가로수길 상권에 직접 파고들어 해당지역에 맞춤식 패션 라이프스타일 전문점을 선보이며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담 상권에서는 ‘패션’을 언급한 빈도수가 6개월 전에 비해 30% 감소했다. 이는 ‘패션의 상징’으로 꼽혔던 청담 상권에 고가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대중성보다는 고급화가 가속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청담 상권은 인근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임대료 등으로 인해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는 진입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청담동은 높은 임대료로 수익성은 낮지만 입지 자체만으로도 상징성과 광고효과가 있어 고가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역 상권에서는 ‘브랜드’(21%), ‘디자인’(20%) 등의 빈도 수가 크게 늘었다. ‘구매’(-38%), ‘카페’(-6%) 등은 급하강 키워드로 꼽히면서 쇼핑과 즐길거리를 중심으로 했던 상권이 디자인 등으로 특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남역에는 디자이너 양성, 웹디자인, 가방 디자인 학원이 밀집해 있어 디자인을 공부하는 계층이 집중되는데다, 최근 들어 뉴발란스와 카카오프렌즈 등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방문이 더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디자인 학원이 몰려있고 네일숍 등 뷰티관련 업종, 헤어숍, 가구점이 자리하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교보타워 인근의 플리마켓, 신분당선 지하상가, 신예 디자이너들의 액세서리·패션 소호숍 거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강남역 상권과 디자인의 연계성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중적 브랜드 매장이 늘어났다는 점도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역은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지역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전체적으로 젊다는 점에서 비교적 대중적 브랜드들이 광고판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사례가 많다. SK플래닛 관계
[최승진 기자 / 조성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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