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뛰어들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인맥, 인프라 등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던 셈이었어요.”
김서영 스칸디에듀 대표(34)는 2014년 2월 처음 창업했을 때를 떠올렸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소비자행태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2년 첫 딸을 낳은 뒤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던 중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그는 “6세 미만 아이들의 뇌발달 특성에 주목했다”며 “사고를 주로 담당하는 우뇌의 80%가 완성되는 나이가 이때라는 것에 기반해 뇌발달을 자극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창업초기 지식이 부족해 상당히 어려웠다”며 “미래창조과학부의 멘토링 지원을 받으면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지난해 국내에서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벤처 생태계 형성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벤처기업이 활동하기에 척박한 환경이었다. 아이템이 있다 하더라도 초기 투자금을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어렵게 투자를 받더라도 각종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핀테크 개념을 도입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처음 온라인 송금 개념을 이야기했을 때 제도와 규제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싶으면, 대기업이 나타나 강력한 자금력으로 똑같은 제품과 플랫폼을 만들어버린다. 결국 벤처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국내에서 벤처스타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우리 경제의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와 연대보증 면제범위 확대, 크라우드 펀딩 제도화 등을 토대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자금을 투자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모이는 곳이 필요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만든 벤처기업 ‘딥마인드’는 영국 런던 퀸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에서 성장했다. 2010년까지 빈민가였던 이곳은 6년 만에 인텔, 구글 등과 같은 기업과 여러 벤처기업이 들어오면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의지 덕분에 가능했다.
미래부는 판교 창조경제밸리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창업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인수합병(M&A)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의 세계 진출을 돕고 한국을 찾는 해외투자자를 쉽게 만날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한국판 영국 올림픽파크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창업에 지식이 전무했던 스칸디에듀는 사업 초기 정부의 K-ICT 창업멘토링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해외 진출까지 노리는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스칸디에듀는 최근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콜럼비아, 베트남 등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창업 지원을 한다는 사실을 모른채 뛰어들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두뇌 교육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스탬프에 사람의 지문과 같은 고유한 터치 포인트 형상을 새겨넣고 도장을 찍는 듯한 행동을 통해 이를 인식하는 스마트폰 스탬프 기반 기업인 원투씨엠은 2013년 판교밸리 내에 처음 설립됐다. 작은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중국 상해전시회, 스페인 MWC 등에 참가해 여러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협력 기회를 만들었다. 한정균 원투씨엠 대표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해외 전시회에 갈 수 있었고, 현지 고객사와의 만남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투씨엠은 현재 일본과 대만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중국 법인까지 준비하고 있다. 기술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24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상반기에만 55억원으로 급증했다.
모바일게임 서버 엔진을 만드는 아이펀팩토리는 2013년 5월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판교창조경제밸리에 위치해 있다. 아이펀팩토리가 개발한 ‘아이펀 엔진’은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게임서버엔진이다. 복잡한 서버 구현 작업을 단순화해 모든 개발자들이 안전성과 성능이 담보된 서버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넥슨 등 국내 게임 업체의 핵심 프로젝트에 엔진을 공급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재 50억원의 투자유치로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문대경 아이펀팩토리 대표는 “정부가 모태펀드 육성을 하면서 다른 시기와 달리 초기 투자 받는 것이 조금 수월했다”며 “또한 판교에 유사기업과 함께 일하면서 정보교환은 물론 기술개발과 같은 실무적인 협업이 이뤄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설립된 마인즈랩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초기 투자에 성공하면서 성장해가고 있다. 마인즈랩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기업으로 AI에 기반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화상담 및 컨설턴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북미시장에도 진출했다. 유태준 마이즈랩 대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어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 등을 가지고 창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인즈랩은 글로벌 전자회사의 북미지역 상담콜(750만 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런 수주는 꿈도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유 대표는 “지난해 폐업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었다”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네이버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회사가 다시 살아나면서 미국시장 수주에도 성공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 “글로벌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미국시장을 뚫는데 성공한 것은 우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향후 데이터 분석만이 아니라 AI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 올해 말에는 로봇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1일 판교창조경제밸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해 국내 창업·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이를 바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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