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6)이 재상고를 포기했다. 내달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특단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이 19일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재상고를 포기해야 한다.
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 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회장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소실돼 마비되어가는 불치의 유전병 CMT(샤르콧 마리 투스)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재상고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재상고를 포기해도 사면이 불투명한 실정이라 재판을 통해 실형을 면할 유일한 기회만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필사적으로 사면에 매달리는 이유는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병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팔 근육 위축·소실 속도가 빨라져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종아리 근육이 모두 빠져 평생 못 걸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룹측은 이 회장의 다리와 발, 손 사진을 19일 공개했다.
3년 넘게 재판을 진행해온 이 회장은 유전병 외에도 만성신부전증까지 앓고 있다. 지난 2013년 부인 김희재 씨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지난해 거부반응 증세가 두 차례 나타난 후 건강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과다하게 투여하면서 간수치 악화,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고혈압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입 안 궤양은 병원균의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어 전신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건강 상태에서 구속수감된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계 그룹측 주장이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김연수교수도 “장기이식환자에 필요한 감염관리나 CMT 재활치료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감옥에 이 회장이 수감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견서를 재판정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이 회장이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과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장은 가족들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죽음의 공포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장은 건강 악화 외에도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병환과 오너 부재에 따른 그룹 경영 위기 등 3중고에 처해 있다. 손 고문은 지난해 말 아들의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은데 이어 그 충격으로 평생 의지해온 어머니마저 쓰러지자 좌절감과 죄책감에 음식과 치료 거부 증세를 보여 혈관으로 영양수액과 함께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했다. 수술 전 60kg 이상이던 체중이 52~53kg 으로 떨어진 이후 전혀 회복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부재로 그룹의 현안도 올스톱된 상태다. 최근 SK텔레콤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CJ헬로비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고, 이 회장은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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