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약품의 성공사례로 올해 제약업계는 연구개발(R&D) 지출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반면, 그동안 ‘토종신약’ 가운데 연간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제품은 7개에 불과해 하반기 제약사들의 신약 성과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27개의 국산신약이 개발됐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제품은 보령제약의 ‘카나브’,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 일양약품의 ‘놀텍’,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와 ‘팩티브’, 한국피엠지의 ‘레일라’,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 등 7개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시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R&D비용이 36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신약은 투자비 대비 매출 기여가 크게 부진한 셈이다. 특히 LG생명과학의 ‘팩티브’는 연간 100억~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더라도 개발단계에서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누적매출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팩티브가 국내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받을 당시만 해도 LG생명과학이 예상한 연간 매출액은 4000억원이었다. 동화약품 ‘밀리칸주’, CJ 헬스케어의 ‘슈도박신주사’, 구주제약의 ‘아피톡신주’ 등 판매 부진으로 자진 철수한 토종신약도 상당수 있다.
반면 성공한 국내신약으로는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LG생명과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종근당 당뇨병치료제 듀비에, 일양약품 궤양치료제 놀텍 등이 꼽힌다. 해당 제품은 모두 연매출 1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로 성장했으며, 올해 1분기 원외처방액 기준으로도 카나브 19.7%, 제미글로 43.3%, 듀비에 42.7%, 놀텍 9.9% 등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하반기에도 선전이 기대된다.
이들 제품의 해외진출이 올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제미글로는 인도와 중남미 5개국에서 현지 판매를 시작했으며, 카나브는 멕시코 제약사 스텐달과 총 3000만 달러 규모의 중남미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놀텍 역시 에콰도르에서 시판을 받아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외에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녹십자 등 대형사의 하반기 R&D 성과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에 기술수출했던 다수의 임상 파이프라인 결과가 4분기에 집중될 전망이며 유한양행의 퇴행성 디스크 질환치료제(YH14618)는 하반기 내 임상 2상 결과가 도출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은 올해 오창공장 FDA 실사를 통과할 경우 미국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약품도 올해 기술수출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본격유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