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고속철(SRT)의 등장은 2004년 개통 이후 코레일의 독점체제로 운영돼온 고속철도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KTX의 획일적인 요금체계로는 향후 추가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일 “현행 KTX 요금이 이동거리에만 집중해, 주중·주말이나 혼잡 여부에 따른 차별화된 요금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SRT 도입에 맞춰 KTX 요금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부산의 경우 기존선을 통과해 3시간 이상 걸리는 극히 일부 구간만 5만3900원이고, 대부분의 열차는 차별없이 5만9800원이다. 지난 2013년 마련된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라 열차와 서비스에 따라 4~5등급의 요금제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도입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SRT는 이같은 정부 방침을 수용해 요금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 구간 운임을 KTX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할인 요인을 반영한 가격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수서발 고속철 운영사인 SR에 따르면 SRT는 이동거리와 정차역 수에 따라 요금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결제수단에 따른 추가할인과 회원 등 멤버십 보유자에 대한 고정적인 할인제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SR은 일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SR 관계자는 “이 외에도 고객의 의견수렴을 통해 다양한 할인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KTX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SRT는 차내 무선 인터넷 용량을 확대해 50MB~100MB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모든 좌석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해 스마트폰 충전이나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고객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해 출발 전 예약 알림이나 도착 전 깨우미 알람을 제공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승무원에게 열차 서비스 등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회원등급을 4단계로 나눠 등급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할인쿠폰과 좌석승급 등의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코레일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미 코레일은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KTX 요금 할인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리고,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에 대해선 최대 40%까지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KTX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코레일도 SRT 요금 체계가 확정되는대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코레일 고위관계자는 “KTX도 할인제도 확대 등 고객유치 전략을 검토 중”이라며 “요금 할인 등은 SRT의
국토부 관계자도 “KTX 선로사용료 인상과 코레일 자회사 분리, 새마을·무궁화호의 요금 현실화 등 철도 요금과 관련된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KTX 요금을 비롯한 철도 운임체계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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