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제한(독과점)을 이유로 기업 인수·합병(M&A)을 불허한다면 앞으로 어느 사업자가 케이블을 인수하겠습니까?”
케이블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한다는 보고서를 발송한 것에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권역별 독점사업을 인정해온 케이블 산업 특성을 공정위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심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5일 케이블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산업은 20여 년전부터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역 SO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출혈 경쟁을 피하고 일정 수준 이익을 보장해줘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에따라 CJ헬로비전은 부산 4곳·경남 3곳 등 19개 권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티브로드가 서울 3곳 등 16개 권역, 딜라이브가 서울 12곳 등 14개 권역, KT 계열이 9개 권역, CMB는 5개 권역, 기타 SO가 8개 권역에서 1위 사업자이다.
특히 CJ헬로비전은 1위 권역 가운데 유료방송 점유율 50% 이상인 곳이 13곳(60% 이상은 4곳)에 달한다. 전혀 방송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바로 13곳에서 독점 사업자가 되는 구조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료방송 독점 권역을 보호해왔는데, 이제 와서 독점 권역에 발목잡혀 구조조정을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성토했다.
케이블TV 산업은 2000년때 초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008년 IPTV가 출범하며 위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5년 방송사업자 매출현황’을 보면 케이블업계의 지난해 매출은 총 2조2590억원으로 전년보다 3.7% 감소했다. 반면 IPTV는 4216억원으로 28.3% 급증했다. 케이블 가입자 역시 2011년(1496만명) 이후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 1454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케이블업계는 대형업체(MSO), 지역 중소업체 구분없이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 제동으로 매각이 불투명해진 케이블 1위 CJ헬로비전을 비롯해 업계 3위 딜라이브(옛 씨앤엠) 역시 대주주가 부도 위기상황에서 채권단 채무조정으로 간신히 재매각에 나섰다. 현대HCN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기업가치 하락으로 금융가에는 꾸준히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케이블업계는 특히 이번 CJ헬로비전 매각에 큰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가능한 유일한 탈출구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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