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장(腸) 속에서 살고 있는 특정세균이 효소 및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체중과 혈당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만과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팀은 장내 세균인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Bacteroides acidifaciens)’가 복부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 분해 효소(PPARα)의 분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체중과 지방량을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또한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소장의 호르몬 조절 상피세포를 활성화하고 혈당 감소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분비도 촉진시켜 체내혈당을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나아가 혈중 인슐린의 양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세균은 소화, 면역 등 우리 몸 전반의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장내 세균의 구성비가 비만의 발병과 관련있다고 발표된 후, 장내 세균 집단이 대사물질을 조절해 비만, 당뇨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그 작용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이번 연구에서 장내 세균이 체내 숙주세포의 대사작용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이를 통해 체중과 혈당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장내 세균 집단이 아닌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라는 특정세균의 조절작용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과 그 활용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장내 수지상 세포(CD11c+)에서 특이적으로 자가섭식 관련 유전자(Atg7)가 결손된 쥐(Atg7ΔΔCD11c)가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 체중과 지방량이 유의적으로 줄어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혈중 인슐린 양이 증가하면서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 사실도 찾았다.
이에 연구팀은 자가섭식 관련 유전자가 없어진 쥐의 특성에 주목하게 됐고, 이를 활용한 쥐 실험을 통해 장내세균의 대사물질 조절 기전과 비만, 당뇨와의 관련성에 대해 규명하게 됐다.
먼저 유전자 결손 쥐의 장내 물질을 파악하기 위해 음식물이 소화 흡수되지 않고 남은 분변을 파이로시퀀싱(Pyrosequencing) 기법을 통해 유전체 배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라는 장내 세균이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의 체내 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 쥐에 경구 투여했고, 이 장내 세균을 먹인 정상 쥐는 같은 양의 사료를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체중과 지방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또한 혈중 인슐린 양이 증가하면서 혈당 강하작용에 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슐린 감수성이 향상된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의 체내 작용을 확인한 연구팀은 다음으로 구체적인 세포대사 조절 기전을 분석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저체중 현상을 보인 유전자 결손 쥐(Atg7ΔΔCD11c), 유전자 결손 쥐의 분변 추출액을 먹인 정상 쥐,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를 먹인 정상 쥐의 복부 지방조직 세포와 호르몬 조절 상피세포에서 일어난 대사 과정을 살폈다.
그 결과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복부 지방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인 ‘TGR5’ 수용체를 활성화해 산화작용을 통한 지방 연소의 주된 요소로 알려진 ‘PPARα’라는 지방 분해 효소의 발현량을 유의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세 분류에 따른 모든 그룹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콜레이트·타우린과 같은 담즙산의 양을 증가시켜 호르몬 조절 상피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인 ‘TGR5’ 수용체를 활성화했다. 이를 통해 혈당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증가시킨다는 공통적인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고, GLP-1을 분해·감소시키는 디펩디딜 펩티다아제(DPP4) 호르몬은 유의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미나 교수는 “특정 장내 세균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새롭게 밝혀져 비만과 당뇨 등의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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