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20조원+α’ 재정 보강안을 들고 나온 것은 성장률 하락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고 판단해서다.
기획재정부 내부의 이견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10조원을 편성한 것은 재정 정책 만큼 표면적인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확실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에서 2.8%로 0.3% 포인트 낮췄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췄지만 통화승수가 역대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정부 지출 대비 부양 효과를 말하는 재정승수가 0.49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재정 마저도 긴축으로 돌아서면 올해 성장률의 하방 압력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울산 지역 실업률이 3.2%에서 3.3%로 0.1% 포인트 오르는 등 조선소 밀집 지역의 고용이 불안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고, 브렉시트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진 것도 추경 편성 의견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세계잉여금 1조2000억원과 올해 추가 세수를 활용하면 10조 이상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액수는 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초과 세수 가운데 일부는 국채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 편성 10조원과 별도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고 공기업 투자를 늘리면서 정책금융을 확대해 추가로 10조원 이상 재정을 풀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정부는 이번 재정보강을 통해 0.25%~0.3% 가량 성장률을 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재정보강안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랏빚만 늘리고 3% 이하 저성장에서 탈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떤 정권 보다 추경을 대규모로 자주 편성한 정부에 속한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3년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세수 결손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추경 17조3000억원을 포함한 19조3000억원 재정보강안을 들고 나왔다. 2014년에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해 46조원 재정보강을 들고 나왔고, 지난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기 급락에 대응한다며 추경 11조6000억원을 포함해 재정 22조원을 풀었다. 2013~2016년 4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들고 나온 재정보강 규모만 122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매해 강력한 재정 정책을 정부가 들고 나왔지만 실제 성장률은 목표치에 매번 미달했다. 2013년 정부는 3.0% 성장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2.9%에 그쳤고, 2014년에는 3.9%를 예상했지만 한참 미치지 못하는 3.3%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기 급락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성장률 예상치 3.8%에 미달한 2.6% 성장에 그쳤다.
정부 재정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해 민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지만, 그만큼 이번 재정 보강안도 ‘언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2년 연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4.8%였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38.5%로 3.7%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40%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추경을 초과세수를 활용하고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8년 개정한 국가재정법 90조은 ‘해당 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이용해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호황일 때 추가로 거둔 세금은 나랏빚을 갚는 데 쓰라는 취지로 도입한 법이지만, 이번 추경처럼 초과세수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면 안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성장률이 박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