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세계 경제를 1930년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되돌렸다.”
우려하던 브렉시트가 결국 현실이 됐다. 잔류파의 우세를 점치며 간신히 지탱하던 살얼음판이 무너진 24일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과 공포’로 뒤덮였다. 최후까지 잔류파의 우세를 기대했던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의 쓰나미에 휩쓸린데 이어, 그 여파가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24일 “역사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힘을 합치기보다는 항상 패권을 다투던 관계였다”며 “이제 1930년대로 돌아간 세계경제는 EU와 유로존의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를 밝혔다. 그는 “EU 중심축이 독일로 굳어가고, (올랑드 정권 이후)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프랑스에서도 탈퇴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EU와의 거래장벽은 월가보다도 규모가 큰 런던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본사를 런던 밖으로 옮기면서, 영국 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학회장은 “유럽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도 막대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실질적 통합이 이뤄지지 못한 EU의 민낯이 드러난 점”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발(發) EU 분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오 학회장은 “당장 3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영국계 유입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화의 동반절하와 함께 안전자산을 찾는 해외 자금도 원화를 팔고 떠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EU과의 교역 불확실성이 커지며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컨틴선시 플랜 가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은 외국인 자본 유출이 있을 수 있다”며 “일단 미국 금리 인상을 포함해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도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출이 받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자본유출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환율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전 성균관대교수(코트라 옴부즈만)는 “글로벌 변동성이 커질 것이므로 다른 나라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한다”면서 “특히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는만큼 금융안정에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해외 충격에 민감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내수 비중을 키우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 학회장은 “결국 한국경제의 해외시장 민감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며 “규제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내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장기 계획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참여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한국의 경우 영국에 대한 한 무역·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 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정부와 관계기관은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긴밀하게 대응하기로 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확대·보강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주가하락이 파생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쳐 사태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며 “국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비상대책에 따라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정부는 브렉시트 등 해외 충격에 따른 외화 유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내달 1일부터 완화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정부는 또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이탈에 따른 시장심리 냉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과
[전정홍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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