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수 한도를 늘리는 정관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후 8월 중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대비한 주식발행 한도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니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중공업 발행주식 한도는 보통주 2억 4000만주, 우선주 6000만 주 등 3억주다. 현재까지 보통주 2억 3088만주, 우선주 11만 4875주를 발행한 상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유상증자 규모로 1조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주총 이후 바로 유상증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1조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삼성엔지니어링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 상태의 위기가 닥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배수의 진을 치며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자본잠식 상태도 아니다. 유상증자는 외부의 입김이 더 세게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산업은행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첫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 계획을 고려하지 않았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도 “현재 재무상황상 즉각적인 증자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불확실한 경영 여건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출 만기연장을 앞두고 시장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삼성중공업이 이렇게 유상증자에 신중한 것은 조선업에 대한 비관론이 계속되고 있어 유상증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가능성 때문
삼성중공업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경우 계열사들의 지원없이는 증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17.62%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을 포함하면 삼성 측이 24.09% 지분을 갖고 있다.
[박용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